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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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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그래도 희망의 봄은 온다- 이종훈(디지털미디어국장)

  • 기사입력 : 2024-03-06 19:5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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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야흐로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다. 살을 에는 바람에도 꿋꿋이 버티면서 인고의 꽃망울을 품은 ‘자연’이 날갯짓을 시작하는 계절이다. 몸과 마음이 벌거벗겨진 채 엄동설한에 내쫓긴 ‘이들’에게도, 구들목에서 질탕거리며 세월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는 ‘그들’에게도 봄은 어김없이 오고 얄밉게 아름답다.

    사계절은 순환하지만, 서민들의 실상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경기가 좋지 않은데 금리까지 높아 소상공인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물가 오름세도 여전해 가계를 짓누르고 있다. 대출을 갚지 못해 폐업하는 상점이 속출하는데, 경기 회복 시점을 예측하기도 힘들다고 하니 취약계층엔 ‘1년 내내 한겨울’인 셈이다.

    서민경제가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 여러 가지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9조 1000억원이 ‘카드 돌려막기’에 활용됐고, 3개 이상 금융회사에서 돈을 끌어다 쓴 ‘다중채무자’ 규모와 비중은 각각 450만명, 22.6%로 사상 최대다. ‘불황형 대출’로 불리는 보험계약대출과 손해를 감수하고 보험을 해약하는 사례도 동반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도 파산 직전의 개인회생 신청은 9만437건으로 전년 대비 40% 늘었다.

    서민경제가 추락하고 있는데 정치권은 4월 총선 승리에만 목을 매고 있다. 여야는 모두 민생을 챙긴다고 외치지만 ‘공염불’이다. 표만 보고 무너져 내리는 서민 삶은 외면하고 있다. ‘권력욕만 가진 이들로 가득 차 할 줄 아는 것은 정쟁뿐’이라는 냉소가 가득하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한겨울 꽁꽁 얼어붙은 강물 같다.

    그렇다고 외면할 수도 주저앉을 수도 없다. 우리에게는 꽃 피는 봄이 오기 때문이다. 수많은 난관을 극복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저력도 있어 얼어붙은 땅을 일궈 씨를 뿌리면 모두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다. 광주 출신 이성부 시인은 ‘봄’을 이렇게 묘사했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도 너는 온다’라고. 그리고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라고. 봄이라는 것은 어차피 오는 자연의 섭리 순환이며 인간의 세상도 이와 마찬가지라 새로운 시대는 언젠가 온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기다릴 줄 아는 자세로 제 일에 충실하다 보면 삶의 희망과 기회가 반드시 온다. 그리고 혹독한 겨울을 버티며 열심히 살아왔다면 더욱 알차게 다가올 것이다.

    삶은 도전과 어려움으로 가득 차 있고, 장애물을 뛰어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저항 시인으로 잘 알려진 이육사 시인은 그의 시 ‘절정’에서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라고 묘사했다. 겨울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절망에 빠지지 않고 희망의 상징인 ‘무지개’라는 인식의 전환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희망은 강철과 같은 역경과 고난 속에서 찬란히 나타난다는 의미이다.

    어느덧 3월, 강철과 같은 시련은 가고 희망과 행복의 무지개가 피는 봄이다. 봄은 새로운 시작과 희망을 선사하는 특별한 시간이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과 용기를 주면서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한다. 희망은 우리 삶의 앞길을 밝히며 밀어주고 끌어 주는 동반자이다. 삶이 있는 한 희망의 불씨는 사그라지지 않는다. 포기하지 말고 희망을 품고 일어나 다시 도전하자.

    이종훈(디지털미디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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