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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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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3·15의거 64주년 기념] 진상규명 후 어떤 변화 있었나

‘3차 의거’로 독자적 민주화 운동 확인

  • 기사입력 : 2024-03-14 20: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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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실화해위, 참여자 명예선양 권고
    경남교육청, 2개 고교 기념비 건립
    “연내 5곳 추가 설치해 자긍심 고취”

    시 “3차 의거, 기념관에 전시 검토”
    확장된 의미 정립·홍보 등 과제로

    14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국립3·15민주묘지 참배단에서 열린 ‘제64주년 3·15의거 민주열사 추모제’에서 참석자가 분향을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14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국립3·15민주묘지 참배단에서 열린 ‘제64주년 3·15의거 민주열사 추모제’에서 참석자가 분향을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1960년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에 항거해 마산에서 일어난 3·15의거. 3·15의거의 진상을 규명하고 참여자의 명예 회복을 위한 진상규명 조사가 2022년 1월부터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최종적으로 진실화해위원회에 접수된 진상규명 신청자는 총 491명. 14일 기준 이들 중 299명이 진상규명 결정을 받아 명예가 회복됐다. 또한 직권 조사를 통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3차 의거’에 대한 사실도 밝혀졌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3·15의거 진상규명 이후 마산은 어떻게 변했고, 어떻게 변해야 할까. 지난해 9월 과거사정리법이 개정되면서 국가기관의 권고 사항 이행 노력이 의무화됐다. 3·15의거 64주년을 맞아 그동안 진실화해위가 발표한 ‘권고 사항’을 토대로 마산 지역의 권고 이행 상황과 향후 변화를 알아본다.

    창원시 창신고 운동장 옆에 세워져 있는 3·15의거 기념비./김승권 기자/
    창원시 창신고 운동장 옆에 세워져 있는 3·15의거 기념비./김승권 기자/

    ◇교내 세워진 학생 참여자 기념비= 3·15의거는 각계각층 마산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항거했던 대규모 시위였다. 그중에는 학생 신분으로 의거에 참여한 이들도 상당수 있었다. 현재 진상규명이 결정 난 299명 중 254명(84.9%)이 당시 중·고·대학생 신분으로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이다.

    이들에 대한 진상규명 결정 보고서에는 ‘3·15의거 참여자의 명예를 선양하고 3·15의거 정신과 역사적 의미를 후대에 알리기 위한 기념사업과 교육사업 등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권고 사항이 담겨 있다.

    이와 관련, 권고 대상 기관인 경남도교육청은 지난해와 올해 의거 참여자가 많았던 7개 고교(마산고·마산공업고·마산여고·마산용마고·마산제일여고·성지여고·창신고)에 ‘3·15의거 참여자 기념 조형물’을 건립하고 나섰다. 현재까지 조형물이 건립된 고교는 창신고와 마산제일여고다.

    창신고에는 교내 서편 화단에 ‘선학들의 3·15의거 정신을 기리며’란 명칭의 3·15의거 기념비가, 마산제일여고에는 정문 우측에 ‘마산제일여고 학생 3·15의거 참여 기념 상징물’이 세워져 있다. 두 기념비에는 당시 학생들의 시위 사진과 선양 문구가 새겨져 민주화 주역으로서 학생의 위상을 정립하고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2022년 5월 3·15의거 교육 활성화 조례를 만드는 등 교육청은 이전부터 3·15의거 교육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며 “올해 나머지 5개 고교에도 기념비를 건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4일 창원시 마사회원구 국립3·15민주묘지 참배단에서 열린 '제64주년 3·15의거 민주열사 추모제'에서 오무선 3·15의거희생자유족회 회장,주임환 3·15의거기념사업회 회장,최형두 국회의원, 조경철 경남동부보훈지청장, 김희용 경남도 행정국장등 참석자들이 묵념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14일 창원시 마사회원구 국립3·15민주묘지 참배단에서 열린 '제64주년 3·15의거 민주열사 추모제'에서 오무선 3·15의거희생자유족회 회장,주임환 3·15의거기념사업회 회장,최형두 국회의원, 조경철 경남동부보훈지청장, 김희용 경남도 행정국장등 참석자들이 묵념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3차 의거 역사 기록은 아직= 3·15의거 진상규명의 성과 중 하나는 역사로 기록되지 못했던 ‘할아버지·할머니 시위’와 ‘부산시위대 마산 원정 시위’의 발견이다. 두 시위는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 발표 전후인 1960년 4월 24~26일 마산에서 일어난 대규모 시위로, 진실화해위가 유일하게 직권 조사에 나선 사건이다.

    조사 결과, ‘할아버지·할머니 시위’는 한국 민주화 운동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노인들이 공권력에 대항한 시위임은 물론 이승만 대통령 퇴진 구호가 처음 언급된 사실이 확인됐다. 또 ‘부산시위대 마산 원정 시위’는 피해자 2명이 추가로 확인되는 등 인권 침해 사실이 두드러진 시위였음이 확인됐다.

    진실화해위는 진상규명 결정을 내리며 ‘기존 자료나 공공기록에 제대로 언급되어 있지 않거나 왜곡돼 있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직권 조사 결과를 반영할 것’을 권고했다. 이러한 권고에 가장 먼저 반응해야 하는 곳은 3·15의거 발원지기념관이다. 하지만 현재 기념관에는 1차 항쟁(3월 15~16일)과 2차 항쟁(4월 11~13일)에 대해서만 소개돼 있다.

    기념관 운영·관리를 담당하는 창원시는 절차상 아직 권고 사항을 전달받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향후 권고 사항이 내려오면 내용 수정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창원시 민주성지팀 관계자는 “권고 사항이 내려온다면 기념관 등에 적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3차 의거를 소개하는 전시를 추가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투입 가능한 예산이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하기에 시간은 조금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으로 지역에서 3·15의거의 확장된 의의를 정립시키고 알려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지금까지 3·15의거는 4·19혁명의 도화선 정도로 평가받았지만, 진상규명 과정에서 이승만 대통령 하야까지 지속적으로 영향을 준 독자적이고 선도적인 민주화운동임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국립 3·15민주묘지에 추가로 확인된 희생자들을 안치할 묘지가 조상돼 있다./김승권 기자/
    창원시 마산회원구 국립 3·15민주묘지에 추가로 확인된 희생자들을 안치할 묘지가 조상돼 있다./김승권 기자/

    창원시와 함께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3·15의거기념사업회의 주임환 회장은 “진상규명 과정에서 3·15의거의 의미가 확장된 것은 큰 성과로, 앞으로 4·19혁명에 종속된 것이 아닌 독자적인 민주화운동으로서 3·15의거를 알리도록 힘쓸 것”이라며 “또한 명예 회복의 핵심인 배·보상 문제가 3·15의거 진상규명에는 빠져 있어 관련 법 개정 목소리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상규명 권고 사항 이행과 관련해 조유묵 진실화해위 3·15의거과 과장은 “지난해 과거사정리법이 개정되면서 권고 사항 이행 구속력이 강화됐다”며 “지자체 등 각 기관은 3·15의거에 대한 의미를 깊게 되새기며 권고 사항 이행을 위한 노력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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