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4일 (수)
전체메뉴

[소외된 사람들, 모두 함께] #1 은둔형 외톨이 ③ 따뜻한 불

불 밝힌 세상의 손길로… 그들을 더 밝은 세계로

  • 기사입력 : 2024-03-19 20:44:47
  •   
  • 고립·은둔청년 첫 실태조사

    응답자 2만1360명 중 1만2105명 ‘위험군’
    여성이 72.3%로 남성보다 2.6배 많아
    45.6%가 일상 복귀 후 재고립·은둔 경험

    첫발 떼는 도내 지원체계

    청소년지원재단, 내달 원스톱 패키지 운영
    양산 ‘청년이음’ 사업으로 복합 지원 예정
    ‘치료·개입’ 단계 관여하는 전문센터 제안도


    은둔형 외톨이의 그늘은 자신을 넘어 가족과 사회로 점차 확대된다. 최근 몇 년간 이러한 특징을 가진 은둔형 외톨이를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사회 복귀를 위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이에 정부도 작년 전국 단위의 실태조사를 최초로 진행하면서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들은 은둔형 외톨이들에게 ‘따뜻한 불’이 되어줄 수 있을까. 실태조사 결과와 도내 추진되는 제도, 그리고 또 다른 대안으로 제시되는 외톨이지원센터 등을 다뤄본다.


    ◇전국 단위 실태조사 첫 진행= 정부는 지난해 고립·은둔 청년만을 타깃으로 한 전국단위 첫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이는 같은 해 5월 고립·은둔 청년 비율이 54만명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추진된 것이다.

    이번 조사는 온라인을 통해 진행했으며, 응답자 2만1360명 중 1만2105명이 객관적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에는 여성이 72.3%로 남성보다 2.6배 많았고, 연령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비율이 69.4%로 가장 많았다. 고립·은둔 기간은 ‘1~3년’이 26.3%로 가장 많았다. ‘3~5년’ 16.0%, ‘5~10년’ 12.7%, ‘10년 이상’ 6.1% 등 은둔이 장기화된 응답자도 다수 있었다. 또 전체 응답자 중 45.6%가 일상생활에 복귀한 후 재고립·은둔 경험이 있다고 했다.

    삶 만족도는 평균 3.7점(청년 평균 6.7점)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신체건강이 안 좋다는 응답이 56.1%, 정신건강이 안 좋다는 응답이 63.7%에 달했다. 또 75.4%가 자살을 생각했고, 이 중 26.7%가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청년기 고립·은둔 이유로는 취업(24.1%)과 대인관계(23.5%)가 가장 많았고 가족관계(12.4%), 건강(12.4%) 등이 뒤따랐다. 10대의 경우 대인관계가 27.1%로 가장 많았고 가족관계(18.4%), 폭력·괴롭힘 경험(15.4%) 등 순이었다. 이들 중 80%는 현재 상태를 벗어나길 원한다고 응답했고, 67.2%는 민간기관 등을 통한 탈고립 시도를 한 적이 있는 걸로 나타났다.

    그동안 경남에서도 창원시와 경남도의회 차원의 실태조사가 이뤄졌지만 규모 측면에서는 한계를 보였다. 이에 경남도는 올해 8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경남 고립은둔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실태조사 결과는 10월께 나올 계획이다.

    ◇도내 외톨이 지원 현황은=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지원체계는 경남을 포함해 전국적으로도 이제 태동하는 단계에 있다. 대표적으로 경남청소년지원재단에서는 4억2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내달부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고립·은둔 청소년 원스톱 패키지 지원사업’을 시작한다. 재단은 경남 전역의 고립·은둔 청소년(9~19세)을 대상으로 지원자에 한해 전문상담사를 보내 청소년의 상담·학습을 지원하고 멘토링, 가족상담, 습관관리 등을 연계하면서 사회 복귀를 도울 예정이다. 문의 055)711-1335.

    사업을 담당하는 권혁도 청소년재단 학교밖청소년지원팀 팀장은 “은둔형 외톨이 문제는 오래전부터 사회문제로 대두돼 왔지만 정부기관에서 체계적으로 지원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시·군별 환경적 격차가 큰 경남은 지원이 절실하다고 보고 사업을 신청해 선정됐다”고 말했다.

    청소년과 달리 아직까지 경남도 차원에서의 은둔 청년을 위한 지원방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경남도는 고립은둔 실태조사 과정에서 정책 수요를 조사해 추후 지원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일상돌봄 서비스 신청이나, 청년마음단디센터를 통한 상담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반면, 기초 지자체인 양산에서는 은둔 청년들의 사회 복귀를 위한 지원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웅상종합사회복지관은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을 받아 이달부터 ‘은둔고립청년(19~39세) 맞춤형 지원사업 청년이음’ 지원자 신청을 받고 있다. 복지관은 선정된 은둔 청년과 가족 등의 심리 상담과 함께 사회 복귀를 위한 복합적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문의 055)367-7612.

    오경 복지관장은 “은둔 청년이 최소한의 관계 회복에서 시작해 사회로 관계를 넓혀가는 과정은 상당히 긴 호흡이 소요되겠지만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해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은둔 청년들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가 관계의 빈곤에 처해 있다고 생각해 앞으로 복지 관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작년 은둔·고립청년 실태조사를 진행했던 창원시는 올해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심층조사에 나선 상태다. 오는 4월 말까지 대상자들을 발굴할 예정이며, 심층조사를 통해 오는 9월께 최종 지원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문의 055)213-9075.

    최영숙 창원시 청년정책담당관은 “은둔형 외톨이 특성상 행정에서 이들을 발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지원방안이 하나둘 마련되는 시점에서 당사자와 가족들이 한 번 더 용기를 가지고 행정에 손을 내밀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도 방법 중 하나= 지난해 11월 경남도의회 의뢰로 연구 발표된 ‘경남도 은둔형 외톨이의 실태파악과 정책적 지원방안’ 보고서에는 주요 지원방안으로 ‘은둔형외톨이청년지원센터’ 설립이 제안됐다.

    은둔형 외톨이의 사회 복귀 과정을 ‘발굴·방문→접수·사정→치료·개입→회복·정상화’로 요약한다면, 지원센터는 ‘치료·개입’ 단계에 관여하는 시설이다. 센터는 당사자·가족 상담을 비롯해 가족지원서비스, 전문인력양성사업, 자조집단모임 지원, 온라인 플랫폼 설치 운영, 인식개선 활동 등을 수행하게 된다. 전문가 집단이 소속되기 때문에 전문적인 관리·운영 속에서 지원 방식을 은둔형 외톨이 특성에 따라 세부 단계로 구분해 운영할 수 있는 장점도 가진다.

    현외성 책임연구원은 “기존 상담센터의 경우 상담사의 은둔 청년에 대한 공부가 부족하다 보니 상담 만족도가 좋지 않아 사회 복귀 시도가 무산되는 경우도 있다”며 “은둔형 외톨이 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전달체계를 갖춘 지원센터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센터 설립 제안은 지난 2022년부터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광주광역시의 사례가 활용됐다. 광주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은둔형 외톨이 관련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운영 3년차를 맞은 현재 성과는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백희정 광주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사무국장은 “공공이 운영하는 센터가 주는 상징성은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던 은둔 당사자들이 사회로 나오고자 마음먹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지역에 있는 은둔형 외톨이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게 된 점을 강조했다.

    그는 “센터가 개소되고 기대 이상으로 은둔 당사자나 가족 등의 문의가 이어졌고, 기존에 이들을 관리해오던 복지관 등과의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사회 복귀를 돕고 있다”며 “이외에도 우리 사회에 부정적으로 자리 잡은 은둔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올바른 개입 방식을 교육하는 등 큰 틀에서의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락 기자 rock@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 관련기사
  • 김용락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