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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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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왜 국회의원이 되려는가-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4-03-25 19: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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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삭발했다. 단식했다. 분신했다. 공천 경쟁에서 배제된 이는 자기 학대로 울분을 토했다. ‘금배지’는 목숨값을 담보했다.

    왜 국회의원이 되려는가.

    정치인 자질로 ‘열정, 균형적 판단, 책임감’을 꼽는다.(막스 베버. 직업으로서의 정치) 하지만 현실은 권력을 향한 과도한 주관적 열정만 넘쳐난다. 오로지 당선이 목표다. 선거 과정의 ‘과하지욕(跨下之辱)’은 통과의례 수준이다. 국민 봉사, 국가 이익, 헌법 준수 소명은 뒷순위다. 당대표나 강성 지지층을 향한 충성이 우선이다. ‘시스템’이란 그럴싸한 용어로 포장한 공천(公薦) 작업은 사천(私薦)이란 오명을 뒤집어썼다. 어설픈 검증은 수차례 낙점 번복으로 이어졌다.

    ‘최악(最惡)보다 차악(次惡)을 선택한다’는 비아냥에도 ‘여의도 1번지’는 동경 대상이다. 내로라하는 화려한 스펙의 도전장이 줄을 잇는다. ‘정치는 허업(虛業)’이란 경구가 무색하다.

    국회의원직을 인생 성공의 완성판 정도로 인식하는 사회 기류와도 무관치 않다. 금배지는 180여개 기묘한 특권을 품은 ‘알라딘의 요술 램프’다. 권력, 부, 명예 종합선물 세트다. 불체포(헌법 제44조)와 면책(헌법 제45조)특권이 있다. 세비라는 명목으로 연간 1억5700만원을 받는다. 감방에 가더라도 챙긴다. 사무실 지원 경비 1억원, 후원금 최대 3억원 등을 고려하면 실질 연봉은 5억원 정도로 본다.

    선거 때면 특권 철폐를 얘기하지만 그때뿐이다. 몇해 전 ‘내가 누군데 감히’라는 식의 ‘공항 갑질’은 특권의식에 젖은 오만의 극치다. 공항 업무를 감사하는 상임위 소속 의원이었다. 수십 년 전엔 일부 의원의 도덕적 해이도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보좌진 월급 갈취, 후원금 축소 신고, 입법 대가 뒷돈 챙기기 등 잡범 수준의 행태도 암암리에 횡행했다.

    정치는 설득과 합의를 통해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이다. 그 역할을 국민 대표이자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에게 맡겼다. 보편적 균형 감각은 필수 덕목이다. 한데 오히려 극한 갈등을 부추기는 악의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정당은 권력 쟁취를 위한 편 가르기 신념 공동체가 됐다. 오직 내 진영만 옳고 선한 세력이라는 확신에 차 있다.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은 국민을 두 갈래로 나눴다.

    이번 총선 프레임은 그 결정판이다. 한쪽은 구속할 중범죄자다. 다른 진영은 탄핵할 독재자다. ‘대선 시즌2’다. 정책과 인물은 안중에 없다. 오직 유니폼 색깔만이 심판 기준이다. 후보자는 정파적 이념으로 무장했다. 22대 국회에서 편향된 신념에 몸을 내던질 예비 투사다.

    국회의원 개인 면면은 걸출하다. 한데 이들이 집단성을 발휘하는 순간 돌변한다. 한때 ‘미래’였던 정치신인은 당론에 맹종하는 장기판 졸(卒)로 전락한다. 정치개혁을 부르짖던 초선은 권력의 곁불을 쬐며 패거리 문화에 젖는다. 불체포특권 폐지를 추진한다던 정치인은 입을 닫았다. 오히려 자신의 방탄용 갑옷으로 삼았다. 사법부를 들락거리는 이들도 대부분 임기를 채운다. 재판은 더디고 혐의는 기억에서 아득해진다.

    국민 눈살을 찌푸리는 과도한 특권은 폐지해야 한다. 세비도 절반 수준으로 삭감해야 한다. 낙천에 항의해 목숨을 거는 무모함도 사라질 테다. 특권은 없고 일만 많은 정치판엔 눈길조차 안 줄지 모른다. 한데 입법기관 스스로 목에 방울을 달지 않는다. 결국 유권자 몫이다. 4월 10일 한 표가 대한민국 내일을 바꾼다.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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