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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16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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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안정공단의 메아리

  • 기사입력 : 2001-04-27 00:00:00
  •   

  • 통영시 광도면 안정공단내 LNG기지외 부대시설 건설을 둘러싼 한국가스공
    사와 인근 주민과의 분쟁이 그치지 않고 있다.

    싸움의 원인은 국가기반시설을 핑계삼은 가스공사측의 일방적인 공사진행
    으로 피해를 예상한 주민들이 심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공사는 인근 주민과의 원만한 합의가 이뤄진뒤 합리적 공법을 채택, 진행되
    는게 옳을 듯 싶다.

    보도에 따르면 가스공사측의 공사강행에 맞서 주민들은 다섯가지의 先이
    행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생존과 관련한 당연하고도 근본적 요구가 아닌
    가 싶다.

    첫째가 시설유입에 따른 제반 정신적 피해이고, 두번째가 기지 건설에 따
    른 재산피해를 감안한 지역지원법 제정 제기이다. 세번째가 폭발위험이 큰
    가스 탱크를 안전한 지하저장고로 바꿔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남은 두 가
    지는 인근 농작물과 청정해역에 미칠 영향을 고려, 주민 몰래 실시한 환경
    영향평가를공개적으로 재조사 하는 것이며, 거류·동해면 일대의 육상·대
    기오염 상태 또한 더불어 조사해 달라는요구이다.

    문제는 가스공사측의 태도이다. 지난 3일 있었던 주민 반대 시위에서 드
    러낸 가스공사측의 반응이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공사측은 주민들의 절박
    한 절규를 한낱 이해관계를 결부시킨 메아리 정도로 흘려듣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이 시설이 거주지와 너무 가까운 관계로 유독가스와 폭발위험
    에 노출되어 있어 안전대책을 세우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공사측은 들은척
    도 않고 있다. 주민들은 또 LNG는 원래 무색·무취하다고는 하나 발전소 사
    용시 메르캅탄이란 부취제를 섞게돼 악취와 산소결핍 현상을 유발한다고 주
    장하는데, 공사측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 그러나 학계 등 전문가들의 의견
    은 그렇지않다. 메르캅탄은 유실수의 결실장애와 공기중 황하수소 배출로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는 실증을 제시하고 있다. 과일이 열리지 않고 열려
    도 영글지 못하고 낙과하는 등 온산공단 주변의 농토와 주민 고통을 타산지
    석으로 삼고 있다.

    주민들은 또 청정해역 오염문제에 더욱 심각한 염려를 하고 있다. 기지
    가 들어서는 곳은 남해안 가운데 최대 청정해 중심지역으로 양식어장과 경
    관이 널린 곳으로 자연생태계에 끼칠 피해를 두려워하고 있다. 다음이 안정
    기지와 여타 LNG 저장기지와의 형평성 문제이다. 공사측은 국내에서는 평택
    과 인천 두 곳에 같은 시설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 지역은
    모두 해당 주민들의 의견이 존중돼 기지를 주민 거주지와 10㎞이상 떨어진
    갯벌로 안치, 주민 생활의 안전을 기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안정
    기지는 2㎞도 안되는 곳에 고성군 동해·거류 2개면의 주민 1만2천여명이
    집단촌을 이루며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이나, 기초조사부터 주민들을 까맣
    게 모르게 속였다는 것이다.

    공사측은 향후 어떤 조치를 취할 양인진 몰라도 인천과 평택의 경우, 기
    지의 안전성이 보장되고 주민 반발이 없음에도 불구, 연간 200~300억원 가
    량의 재해대책비를 책정하고, 자체 소방서에 화학소방차를 대량 보유하고
    있어 향후 안정기지 운영에 의문을 제기케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말해 가
    스공사측이 현재 안정공단에 건설중인 LNG기지는 국가적인 사업을 빌미로
    위험과 불안이 크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주민들이 시위를 통해 지적한 95년 5월 대구 상인동, 98년 9월 인천 LP가
    스 저장고 폭발사건을 상기해 볼 때 주민들의 주장은 결코 이기적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일이다. 대수롭잖게 여긴 사고가 얼마나 큰 재산과 인명 피
    해를 주었는지는 가스공사측이 더 잘 알테니까 말이다.

    굳이 주민들의 주장을 빌리지 않더라도 안정기지는 국가공단임에도 불
    구, 많은 자체적 결함을 안은채 조성되고 있지 않나 여겨진다. 화재나 공장
    운용에 필요한 공업용수 공급이 절대 부족한 지역이나 대책이 없는 상태
    고, 모든 시설이 지상화 하고 있어 관리문제가 큰 병폐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이 기지는 주민들과의 충돌 요소도 요소이거니와 제반 문제점 및 보
    호대책을 강구한 뒤 공사를 진행토록 해야 할 줄 믿는다. 그렇지 않을 경
    우, 기지가 완공돼 정상가동에 들어 가도 공해배출로 인한 주민과의 법정분
    쟁은 줄을 이을 것이고, 결국 가동중단이라는 불운을 감수해야 할 운명을
    맞을지도 모른다.

    공봉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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