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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알몸수색은 개인 인격의 다운그레이드

  • 기사입력 : 2005-02-25 14: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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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스위스에 입국했다가 국경경비대에 의한 봉변을 호소한 한국 학생의 주장은 일부 사실 무근으로 드러났다.

        피해를 호소한 이모씨는 24일 스위스 주재 한국 대사관과의 통화에서 발길질을 하고  뺨을 때렸다는 주장은 사안의 다급성을 강조하기 위한 과장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는 대사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수치심을 유발한 알몸 수색에 대해서는 분을 삭이지 않는 듯했다.

        이씨의 피해 주장을 접한 네티즌들은 가혹 행위가 사실 무근으로 밝혀진데 대해 허탈해 했지만 알몸 수색에 대해서만큼은 불만을 표시했다.

        일부에서는 마약 혐의자를 조사하기 위해 상당수 국가에서  행하는  관행이므로 순순히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이씨의 주장에 무리가 있다는, 차가운 반응이었다.

        반면에 스위스측의 알몸 수색에는 인권 침해는 물론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을 주로 겨냥한, 인종차별적 요소가 있을지 모른다는 잠재적 불만도 표출됐다.

        스위스에 가봤다는 몇몇 네티즌들은 대사관 홈페이지를 통해 실제 경험담이라며 스위스의 알몸 검색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해외 출장을 18년 동안 다녔다는 한 네티즌은 익명으로 대사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이번 소식을 듣는 순간 나만의 일이 아니었다"며 격분했다고 말했다.

        사실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 네티즌은 지난해 9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스위스 취리히를 통해 인천공항에 왔던 당시의 경험이라며 한국인 혹은 아시아인에 대한 '표적 검색'이 심한 것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취리히 공항에 도착한 직후 공항 검색 관계자에 의해 밀실로 가게  됐으며 이곳에서 "낭심을 더듬는" 일을 당했다며 이는 미국 시카고 공항에서 하는 검색보다더욱 치욕적이라고 주장했다.

        이탈리아의 밀라노에 30년째 거주한다는 장모씨도 대사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거주지에서 가까운 스위스 루가노에 자주 가지만 이모씨에 대한 "무분별한  검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록 구체적인 사례는 들지 않았지만 "이씨에 대한 무례한 검색은  스위스인들이 누구인가를 표현하는 바"라고 말했다.

        국내 포털 사이트의 관련 기사에 붙여진 리플을 보면 스위스를 여행하며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는 주장들이 눈에 띈다.

        네이버의 한 네티즌('snuph521')은 이씨에 대한 알몸 수색이 이뤄진 "바젤역 구내 경찰서에 카메라 도난건으로 가본 적이 있는데 여경이 흑인 꼬마 2명과 모친으로 보이는 사람을 그냥 집어서 던지더라"며 몹시 놀랐다고 말했다.

        같은 네이버에 글을 올린 또다른 네티즌('na80any')은 "스위스의 루체른에서 10대들이 동양인을 무시하고 먹던 과자를 던지더라"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상점이나 백화점에서 도둑으로 몰리거나 기분나쁜 대우를  받은  바 있다며 인종차별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네이트 닷컴에 댓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스위스와 인접한 독일  뮌헨에서  당한 과잉 검색에 대해 소개했다.

        "남자 3명과 여자 한명이 경찰이라고 하면서...너무나 예의없이...당신이  동양인이기 때문에 여권 검사를 해야 한다는 등... 경찰 신분을 확인하고자 배지를 보여달라고 했더니 비웃음만...경찰서 가는 도중에 저의 배낭과 몸을 밀고...던지고..거의 끌려가다시피...너무 황당했습니다. 무섭기도하고,..."
        이 네티즌은 경찰서에 가서야 여권을 보여줬다면서 이들이 비웃음을 띠며  여권을 가져가라고 던지더라"고 말했다.

        몇몇 네티즌은 인종차별은 미국이나 남아공에서만 있는게 아니라면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럽에서도 드러나지 않게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유럽 언론을 보면 유대인 묘지 훼손과 같은 인종 혐오 범죄가  심심찮게 벌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독일이나 프랑스의 극우파가 종종 경계의 대상이지만 스위스에도 극우파의 존재에 대한 우려가 상존한다.

        유럽의 경우, 유대인이나 흑인들은 물론 북아프리카계, 중동계도  보이지  않게 차별을 받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몇몇 네티즌은 중국인이 몰려들면서 가뜩이나  좋지 못한 아시아계에 대한 악감정이 높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9.11 테러 이후 각국이 입국자 검색을 강화하는 것은 사실. 이번 사건에서 알몸 수색의 빌미가 된 마약소지 혐의자에 대한 검색도 엄격한 것은 주지의 사실.

        그러나 알몸 수색이 비록 법적으로 허용되고 있다고 하지만 개인의 인격을 디그레이드(degrade) 혹은 다운그레이드(downgrade)해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쉽사리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 네티즌들의 대체적 반응인 것으로 풀이된다.

        네티즌들은 미국과 유럽의 백인들에 대해서도 철저한 알몸 수색의 원칙이  적용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나치 수용소의 유태인이나 미군 수용소의 이라크 수감자가 발가벗겨진 것이  만인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일반인들도 생활속에서 이런 수치스런 경우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 보편적인 인권과 차별없는 세상이 멀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외국에서 한국인에 대한 알몸 수색이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2년 12월 멕시코 수사당국이 한인들의 상표 위변조 행위를 단속한다는 이유로 무더기 연행한 뒤 여성들에게 조차 알몸 수색을 벌여 분노를 일으킨 사례가 있다.

        당시 연행된 사람들 가운데 여자들을 멕시코 수사관들이 불이익 운운하며  여러 차례 협박을 해와 조사를 담당하는 멕시칸 남자 의사 앞에서 팬티까지 벗어야  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적지 않았다.

        남자 교민들도 여성 수사관들 앞에서 팬티까지 벗어내린 채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밝혀진 바 있어 한국 대사관측이 거세게 항의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수사당국이 알몸 수색을 하는 것도 사실. 그러나  피해자들에  의한 진정이 종종 제기되면서 공적인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국가  인권위에서도 경찰측에 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사례를 막기 위해서는 이같은  개선  노력의 지평을  유엔인권위와 같은 국제무대로 더욱 확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개별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취하는 외교적 대응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서울에서 열린 제7차 세계인권기구대회에서 각국  참가자들은  알몸 수색의 인권침해적 요소에 대해 토론을 벌인 바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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