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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물에 잠긴 문산을 가다

  • 기사입력 : 2006-07-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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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어예.”
    11일 오전 8시. 진주 문산읍 삼곡리 주민 이춘자(66)씨는 이끼 낀 담벼락과 황토물에 온통 휩쓸린 가재도구를 말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태풍 ‘에위니아’의 영향으로 10일 정오부터 강둑 터진 듯 갑자기 흙탕물이 쓸려 내려오자 장애인 남편과 급하게 인근 3층 친척집으로 피한 이씨는 이불 하나라도 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집안 구석구석을 뒤지며 구슬땀을 흘렸다. 오전 8시30분이 넘어서자 소방차들이 마을로 들어왔다.

    이미 3천평의 고추 비닐하우스는 포기한 지 오래됐다며 바닥을 물청소하는 이은상(73)씨는 속이 한참 타들어가는 듯 눈가에 이슬이 맺힌 채 청소를 했다.
    당초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던 진주 문산지역.

    그러나 10일 하루 총 203㎜의 강우량을 기록한데다 산청. 함양 등 남강댐 상류지역의 강우량도 많아 댐으로 유입되는 수량이 점차 늘어나면서 남강의 수위가 높아져 영천강 등 지류의 물이 빠지지 못하면서 피해가 커졌다.

    오후 2시께 영천강 둑이 범람하면서 인근 지역인 문산읍 남서. 동산동 등 7개 마을 350여 가구가 침수되면서 주민들이 문산초등학교와 중학교. 읍사무소 등으로 긴급 대피했으며. 금곡면 사무소를 비롯한 엄정마을 등 7개 마을 55가구가 침수돼 역시 주민들이 대피했다.
    또 대곡면 북창. 광석. 한실마을 등의 100여 가구와 진성. 사봉면 등의 30여 가구 등 총 540여 가구가 침수피해를 입어 1천5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특히 피해가 집중된 문산읍에 소재한 진주시 문산하수종말처리장이 완전히 침수돼 상당한 복구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향후 이 지역의 하수처리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도로가 침수되면서 교통통제도 잇따라 진주교 밑 순환도로와 이현동 변전소 지하차도. 개양5거리 등 시가지 도로와 문산읍을 비롯한 사봉삼거리. 사봉-사곡간 도로. 금산 속사리 도로. 금곡 지방도 등 10여 군데에 차량이 통행하지 못하면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문산. 금곡. 대곡. 명석. 미천면 등의 100여㏊(400여동)에 달하는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기는 등 총 1천500㏊의 농경지가 물에 잠겼고. 7㏊의 과수원이 침수 또는 낙과 피해를 입었다.

    명석면 시도 20호선과 문산읍 구국도 2호선. 진성면 시도 26호선 등에서 토사유출도 잇따랐지만 시당국이 제때 응급복구에 나서면서 큰 통행불편은 겪지 않았고. 진성천. 중촌천. 사봉면 대천 등 6개소의 하천 제방이 범람하거나 유실됐다.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건넛마을은 몰라도 여기까지는 물이 안 찼거든예. 태풍 매미 때도 이런 물난리를 안 겪었는데….”

    싱크대 공장을 세우고 첫 사업을 시작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정동석(34)씨는 이미 녹이 슨 듯 검은 뻘이 말라 붙어있는 기계들을 보며 긴 한숨을 짓고는 다시 물걸레로 닦기 시작했다. 진주=강진태·최승균기자 사진=김승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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