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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04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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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40) 남강⑬-산청군 시천면~단성면

덕천강 물길 따라 역사의 숨결 찾아서…
단성면 웅석봉 산자락에 ‘단속사지’

  • 기사입력 : 2008-12-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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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덕천강



    남사마을 담장길

    겨울을 따라온 유난히 푸른 소나무가 이방산(해발 715m) 자락의 남명 묘소까지 내려와 있었다. 매서운 지리산 겨울 찬바람에도 고고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소나무를 보니, 문득 삼국지에 나오는 고사성어 세한지송백(歲寒之松柏)이 떠올랐다.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른 기상은 겨울이 되어야 안다는 뜻인데 조조에게 투항한 지 얼마 안돼 다시 관우와의 전투에 참여한 방덕이 패한 뒤, 절개를 지켜 목숨을 버린 것을 일컫는 말이다.

    묘소를 덮고 있는 푸른 소나무가 남명 선생의 절개와 고고한 학문을 나타내는 듯하다. 지리산 마야계곡과 거림계곡 등 곳곳에서 흘러들어오는 물줄기가 합쳐진 덕천강을 따라 내려서면 여름이면 피서 인파로 북적대는 자양보다. 인적이 끓어진 물 속에는 물고기만 한가롭게 노닌다.

    깨끗한 자갈과 바위 속살을 군데군데 드러내놓고 흘러내리던 덕천강은 자양보에서 잠시 멈추더니 숨고르기를 하듯 유속이 느려졌다. 백운동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줄기와 만난 덕천강을 시천면 자양교에서 보내고 국도 20번을 따라 아미랑 고개를 넘었다.

    △단속사지= 단성면 남사리 호암교에서 지방도로 1001번을 따라 7km쯤 가면 웅석봉 산자락에 단속사지가 있다.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계절에 길을 가면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고 잘 익은 밤들이 가지가 찢어질 듯 탐스럽게 달려있어 마음까지 풍요롭다.

    시골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용두마을을 지나면 용두고개다. 고갯마루 느티나무 아래 정자가 있는 뒤편으로 내려가면 남근석이 있고 개울가 암벽에 廣濟巖門(광제암문) 글씨가 크게 새겨져 있다. 최치원의 글씨인데 ‘단속사의 동쪽 문’이라는 뜻도 있고 ‘많은 타인을 도와주는 길’과 ‘넓게 깨달음을 성취하는 문’이라는 뜻이 있다. 지리산 골짜기 여러 곳에 최치원과 관련된 유적들이 많은 것은 말년에 지리산에 들어가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을 뒷받침한다고 한다.

    통일신라시대 단속사가 융성했을 때 한여름 뙤약볕을 받으며 바랑을 짊어지고 탁발하며 이 길을 갔을 승려를 생각하며 걸음을 옮기면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훤칠한 당간지주가 우뚝 서 있다.

    길을 비켜 왼쪽으로 올라서면 숱하게 흘러간 세월 속에 이지러진 절터에서 단연 돋보이는 단속사지 삼층석탑 2기가 있다. 삼국통일 이후에 나타나는 쌍탑 가람 형식이 지리산 깊은 골짜기까지 미치고 있어 서라벌에서 이곳까지 불국토의 실현을 위해 노력했을 신라인들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두 기의 석탑은 각 부분의 비례와 균형이 알맞아서 안정감이 있다. 돌을 다듬은 수법이 정연하여 단정하고 우아하여 더 보태고 뺄 것도 없다.

    탑이 있는 마을 집에 들어가 보면 토방에 놓인 석재나 마당에 있는 석재들이 대부분 절집의 것으로, 융성했을 때의 사세의 크기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동네 할머니 몇 사람이 탑 부근에서 가을걷이를 해온 고추를 다듬고 있었다. 고추는 객지에 사는 자식들에게 보내겠지만 감이나 밤은 사 가는 사람이 없어 인건비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쌍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당간지주는 조선 선조, 즉위년(1567)에 지방 유생들에 의해 파괴된 것을 1984년 5월에 시멘트로 복원했다. 당간지주 옆에 어울리지 않는 민가 묘지 1기가 있다. 당간지주 앞에 서면 웅석봉을 배경으로 솔숲과 대나무숲 사이로 삼층석탑이 살짝 보이고 뒤쪽으로 600년이 넘었다는 매화나무가 서 있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남사마을
    = 단속사지 입구 호암교에서 국도 20번을 따라 잠시 내려서면 실개천이 마을을 반달 모양으로 휘감고 돌고 예사롭지 않은 기와집 40여 채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빽빽이 들어차 있다.

    남사마을과의 인연은 2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리산 천왕봉에 가장 가깝게 올라갈 수 있는 중산리로 가는 길목에 있었지만 눈여겨보지 않았다. 그해 설날 아내와 결혼하기 전 지리산 가는 길에 예사롭지 않은 기와집과 버스 정류장에 있던 물레방아를 보고 내렸다. 지금은 물레방아가 장식용으로 변했지만 그때는 실제 방아로 벼를 찧고 있었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 곡선을 그리며 이어진 담장에 정신을 팔고 있는데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마을 촌로께서 집으로 초대했다. 따뜻한 사랑방에서 설음식으로 후한 대접을 받았다.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으나 속절없는 세월은 기억도 함께 가지고 가버렸다.

    산골에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즐비한 것도 신기하지만 집을 이어주는 담장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흙과 돌로 쌓아 정감이 가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키 높이와 비슷하게 만들어 위압감을 주지도 않고 다정다감하다. 아파트 단지에서 만나는 직선의 길들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느낌이 다르다.

    남사마을의 집들은 대부분 20세기 초에 지어진 부농 주택이며 여러 성씨가 수백 년간 살면서 과시를 위해 지어진 듯 형태의 과장과 왜곡이 두드러져 보인다. 마을에서 가장 큰 집은 최재기 가옥으로 1920년 건축하였는데 3겹의 사랑채이고 남녀의 생활을 구분하려고 했다. 이상옥 가옥은 가장 오래된 집으로 안채와 사랑채의 건립 연대가 200년 정도 차이가 나는데 구조적·조형적 차이를 비교해 보면 한옥의 변천 과정을 알 수 있다. 70년 전에 지은 사양정사는 정면 7칸 측면 3칸으로 단일 건물로는 엄청나게 커서 발길을 멈추게 한다.

    남사마을은 최근 예담촌으로 이름을 바꾸고 다양한 체험활동 과정 등을 통하여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마을을 떠나려고 하는데 친구들과 막걸리를 마시던 김기범(70)씨가 한잔 하고 가라며 옷깃을 잡는다. 시골에서나 만날 수 있는 아름다움이다.

    △문익점 목면시배유지= 국도 20번을 따라 남강이 유유히 흐르는 배양교를 건너 사월리에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면화를 재배한 목면시배유지와 전시관이 있다.

    공민왕 12년(1363) 문익점은 중국 원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돌아올 때, 밭을 지키던 노인이 말리는 것을 무릅쓰고 목화 몇 송이를 따서 그 씨앗을 붓통에 넣어 가지고 왔다. 장인 정천익과 함께 시험재배를 하였는데, 처음에는 재배기술을 몰라 한 그루의 목화를 키우는데 성공하여 100여 개의 씨앗을 얻었다. 3년 후부터 향리에 두루 나누어 주었고 10년이 채 안되어 목화 재배는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원나라 승려 홍원으로부터 직조기술을 배워 씨 빼는 기계와 실 잣는 물레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당시 일반 백성들은 삼베나 짐승 가죽으로 겨울을 나고 있었다. 조선 태종 때에는 백성이 두루 무명옷을 입을 만큼 퍼져 나갔다. 삼베로 겨울을 나는 백성의 마음을 헤아리는 선생의 혜안을 지도층들이 교훈으로 삼았으면 한다. 문익점이 태어난 곳인 배양마을은 지금까지도 목화 재배의 역사를 간직해오고 있다. 지리산으로 향하는 길가 오른쪽에 기념관을 짓는 바람에 990여㎡가 330여㎡로 줄어들었으나 해마다 목화를 재배하고 있다. 밭 옆에는 기와지붕을 한 비각 안에 고려 우왕 9년(1383)에 하사한 효자비가 세워져 있다.

    (마산제일고등학교학생부장·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여행 TIP 맛집

    ▲한빈갈비 식육식당 : 산청군 신안면 장죽리 187-4. ☏ 055)973-3466. 생등심(200g) 1만4000원, 특수 부위(200g) 1만8000원, 소고기(600g) 2만원. 1주일에 7마리의 암소를 도축해야 할 정도로 붐빈다. 주말에는 3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

    ▲홍화원 식당 : 산청군 신안면 외송리 621-10. ☏ 055)973-9555. 오곡밥 6000원(1인), 영양돌솥밥 7000원(1인), 우거지탕 5000원(1인). 영양돌솥밥과 오곡밥이 특미이며 뼈에 좋다는 홍화씨로 담근 황화주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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