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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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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반성과 성찰- 손덕옥(마산대 간호학과 교수)

새로운 역사의 문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할 때 열리는 것

  • 기사입력 : 2013-09-0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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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 휴가차 동유럽을 다녀왔다. 누구나 동유럽 땅에 발을 디디면 드넓은 평지와 아름다운 자연 경관, 멋있는 성당 등의 석조건축물들로 에워싸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눈이 부시게 아름답고 평화로운 이 땅에서 동전의 양면처럼 숨겨져 있는 이면을 찾을 수 있었다. 끊임없는 외세의 침탈과 전쟁, 파괴와 학살, 이데올로기의 정치적 대립과 갈등, 민족적 갈등, 종교적 대립 등 수많은 격변의 터널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광기의 나치에 의해 수백만 명의 유대인이 학살당한 땅, 듣기조차 거북한 ‘인종청소’로 수십만 명의 무슬림, 집시, 동성애자, 정치인 등이 살육당한 땅, 인간이 인간에게 행한 인류 최악의 야만의 현장을 보면서 인간의 잔혹함에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일본도 제국주의 시절 나치를 능가하는 731부대 생체실험, 강제 징병과 징용, 위안부 문제 등 잔학행위와 반인륜적 범죄를 우리나라와 주변국들에 저질렀다.

    몇몇 인간들의 광기로 인해 역사상에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인류 역사가 시작되면서 전쟁의 역사도 함께 출발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인간이 갖고 있는 양면성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이성적으로 평화를 애호하고 있으면서도 상충되는 이해관계가 풀리지 않을 때는 폭력으로라도 해결하려는 본성이 밑받침되어 있어 물질적,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또는 정치적 이념적 대립, 종교적 대립, 민족적 갈등 등의 이유 등으로 약탈과 침략을 자행해 왔다. 약탈과 침략은 불행을 이야기할 뿐이다. 전쟁에는 죽음과 굶주림, 고통과 괴로움이 따른다. 칸트는 ‘인간이 이성적으로 행동하면 그 모든 것을 피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이성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은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성으로 갈등을 해결하고 대화로 타협해야 한다.

    21세기, 인류가 가야 할 길은 과거의 이러한 문제를 종식시키고 대립과 갈등을 넘어 화합과 상생의 길로 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반성과 성찰이 없이는 화합과 상생의 길을 갈 수가 없다. 새로운 역사의 문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할 때 열린다. 독일과 일본의 역사에 대한 인식은 참으로 극명하게 대비된다. 독일은 1970년 12월 당시 총리인 빌리 브란트가 폴란드의 유대인 전쟁희생자 기념탑 앞에서 무릎 끓고 사죄한 데 이어 현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까지 기회 있을 때마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후손인 학생들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교육시키고 있다.

    그런 데 비해 일본은 주변국에 끼친 과거의 죄를 인정하지도 사죄하지도 않는다. 위안부를 향해 막말을 던지는 하시모토 시장, 나치 옹호 발언으로 세계적인 비난을 받고 있는 아소 다로 부총리, 아베 총리는 과거의 침략사를 인정하지 않고 역사교과서 왜곡 및 독도가 일본의 영토라고 우기는 일까지 일삼고 있다.

    이처럼 두 나라는 과거사 인식에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독일은 ‘반성 없이는 주변국과의 화해는 물론 스스로의 미래도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과거사를 철저히 반성해 국제사회의 신뢰를 바탕으로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유럽연합의 중심국가로 거듭나고 있는 데 반해, 일본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이웃나라에 했던 악행을 감추고 왜곡된 역사교과서를 만들어 교육을 통해 잘못된 역사적 사실을 호도하고 자국의 이익을 위하여 망언을 일삼고 있다. 이러한 일본 정치지도자들은 단단히 더위를 먹었는지 반성하고 사죄할 줄을 모르는 것 같다.

    손덕옥(마산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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