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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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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40년 시조인생은 새로움을 향한 실험의 시간”

이우걸 시인, 등단 40년 맞아 ‘시조전집·시조연구’ 펴내
“스승 김춘수 시인은 자유시 쓰기를 권했지만
시조 놓지 않은 내 삶 후회없어”

  • 기사입력 : 2013-09-0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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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조와 자유시의 중간쯤에서 현대시조라는 이름에 걸맞은 작품을 위해 노력한 실험의 시간이었다.”

    시조시인 이우걸(67)은 자신의 40년 시조 인생을 이렇게 자평했다.

    올해로 등단 40년을 맞은 이우걸 시인이 전집을 냈다. ‘이우걸 시조전집’과 ‘이우걸 시조연구’(태학사).

    현존 작가가 스스로 전집을 내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그는 “지금 내가 전집을 내는 것이 오만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내가 내 작품을 직접 정리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고 생각해서 책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대학시절, 고서점에서 우연히 만난 이영도 시인의 ‘모란’에 반해 시조를 쓰기 시작했다.

    스승 김춘수가 자유시를 권했지만 시조를 놓지 않았다. 혼자서 소위 ‘비주류’인 시조를 쓰고 앉아 있던 그는 웃음거리였지만, 애써 외면했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더 유명하지 않아도 시조를 계속 써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197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고, 긴 세월 한국의 시조계를 이끌어 왔다.

    ‘시조의 전통을 현대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일반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읽히는 시조를 쓰기 위해 노력했다”며 “전통 시단에서는 나의 시 형식에 대해 지금도 비판하고 있지만, 시조가 현대성을 가지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활동량도 방대하다. 시조집을 비롯한 평론집, 산문집 등 저서만 20권이 넘고, 경남시조시인협회장, 경남문인협회장, 경남문학관장을 비롯해 오늘의 시조학회장 등 많은 단체장도 역임했다.

    이번에 발간된 두 권의 전집에는 이러한 그의 문학적 삶을 가감없이 정리했다.

    ‘이우걸 시조전집’에는 발간한 시조집 7권을 모두 엮었다. 첫 번째, 두 번째 시집에 실린 자유시는 뺐지만, 시조는 한 편도 빠트리지 않았다. 작가·작품 연보도 붙였다.

    “내 시집에 실린 시조는 좋거나 나쁘거나 한 편도 빼지 않고 그대로 넣었습니다. 물론 좋은 작품만 골라 선집을 내면 수준은 높아지겠지만, 전집은 그대로 실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우걸 시조연구’는 지난 2006년 ‘이우걸의 시조미학’ 이후 발표된 다양한 논평과 학술적 글을 담은 연구서다. 유성호, 구모룡, 장성진 등 평론가를 비롯해 성선경, 박서영 등 지역 시인까지 15명의 필자가 이우걸의 작품세계를 논한다. 엄경희 평론가와 진행한 ‘시인과의 좌담’과 문예지 현대시 주최로 열렸던 좌담 ‘한국 정형시를 생각하다’도 실었다.

    시인에게 이번 전집이 마지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잠시 쉬고 싶은 모양이다.

    “시조는 당분간 잊어버리려고 합니다. 너무 한 곳에 집착해 있으니깐 시조가 동어반복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쉬다가 다시 쓰면 새로운 시집을 낼 수도 있으니까요.”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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