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8일 (수)
전체메뉴

정유미 "술도 마시며 온몸 던져 연기했죠"

  • 기사입력 : 2013-09-14 10:44:40
  •   
  •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일상의 평범한 순간을 포착한다. 대단할 것도 없는 술자리 장면, 차 마시는 장면 등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흔하디흔한 순간이다.

    하지만, 지루한 반복에 불과한 일상은 어느 순간 반복을 거듭하며 변주하기 시작한다. 배우 정유미는 지난 몇 년간 그 반복과 변주의 중심에 서 있었다.

    '첩첩산중'(2009), '리스트'(2011) 같은 단편영화부터 '잘 알지도 못하면서' (2008), '옥희의 영화'(2010), '다른 나라에서'(2011), '우리 선희'(2013) 등의 장편영화까지, 그는 홍 감독의 작품만 6편에 출연했다. 그가 홍 감독의 '뮤즈'로 불리는 이유다.

    "아 그런 말씀은 말아주세요. 감독님 영화 계속 찍고 싶은데…너무 자주 나오면 관객들이 싫증이 날 수 있잖아요. 이런 작업을 계속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우리 선희'에서 선희 역할을 맡은 정유미는 이렇게 말하며 밝게 웃었다. 최근 영화가 촬영된 건국대학교의 한 강의실에서 한 인터뷰에서다.

    홍상수 감독은 대본을 미리 주지 않는다. 이른바 '쪽대본'이라 할 수 있다. 영화에 대한 전체적인 구상은 있지만, 대사는 현장에서 직접 쓴다. 그날그날 배우의 상태, 분위기, 날씨 등 디테일한 일상을 그래서 생생하게 담을 수 있다. 그러나 배우는 죽을 맛이다.

    "희열감요? 그런 건 없어요. 사실 대본이 오전에 나오기 때문에 대본 외우느라 정신없어요. 밥 먹을 시간에도 대본 잡고 있고, 배우들과 사적으로 소통할 시간도 없어요. 그러다 보면 어떻게 어떻게 외워져요. 힘들지만 그렇게 영화를 찍으며 시간을 보내는 게 좋아요. 보람도 있고…."

    이선균과는 '첩첩산중', '옥희의 영화'에 이어 세 번째 호흡을 맞췄다. 김상중, 정재영과는 처음이다.

    "오랜만에 이선균 선배랑 연기했는데, 처음에 NG를 많이 냈어요. 저도 모르게 부담이 됐나 봐요. 김상중, 정재영 선배와는 처음 연기했는데, 둘 다 정말 잘 하세요. 대사도 금방 외우고. 좀 더 많은 시간을 연기하며 배웠으면 좋았을 텐데…그럴 때는 촬영기간이 짧은 게 많이 아쉬워요."('우리 선희'의 촬영기간은 총 6회차로, 정유미는 그 중 나흘만 나와서 촬영했다.)

    영화에는 술을 마시는 장면도 꽤 등장한다. 문수(이선균)-선희, 문수-재학(정재영), 재학-선희, 재학-최 교수(김상중), 최 교수-선희로 이어지는 술자리 대화 장면이 전체 상영시간 88분 중 25분에 달한다. 모두 롱테이크(오래찍기) 방식으로 촬영됐다.

    "이번에는 촬영하면서 조금 많이 마셨어요. 상황에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술 취해서 대사 틀릴까 봐 고민은 안 했어요. 감독님과 선배들 믿고 써준 대로 연기했습니다. 정말 모든 걸 놓고 연기했어요. 온몸 던져 연기했죠."(웃음)

    그는 스스로 "복 많은 배우"라고 한다. 멜로영화의 봉준호라 할 수 있는 김태용 감독과 '가족의 탄생'(2006)을 찍었고, 정성일 감독과는 '카페 느와르'(2009)를 찍으면서 20분 가까이 이어지는 독백장면을 소화하는 '괴력'을 보여줬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면 운이 좋았죠. 좋은 영화도 많이 찍었고,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어요. 제가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배우로서 자부심도 느낍니다."

    2003년 단편영화 '폴라로이드 작동법'으로 데뷔한 정유미는 그동안 10여 편의 크고 작은 영화에 출연했다. 그는 그 가운데 장편 데뷔작 '사랑니'(2005)에 대한 애착이 가장 크다고 한다.

    "'사랑니'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어요. 그때 감독님, 제작사 대표님, 김정은 언니 등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때 많은 걸 배운 것 같아요. 연기뿐 아니라 혼자 자립하는 방법까지도요."

    연기 잘하는 배우로 소문난 그는 연기를 위해 인터뷰도 가려서 하고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자제한다고 한다. "캐릭터와 이야기에 방해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배우로서 좋은 태도를 지니고 싶고, 똑바로 생각하고 싶어요. 배우 하고 싶은 사람들 많은데, 저는 그래도 선택을 조금 받았잖아요. 책임지고 잘하고 싶습니다."
    연합뉴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