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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5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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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착각의 늪, 그리고 난센스- 이상목(경제부 부장)

  • 기사입력 : 2013-09-1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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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듭 강조하지만 경남은행은 오롯이 경남·울산 상공인과 주민들의 힘으로 키웠고, 그래서 빌린 공적자금만 다 갚으면 지역으로 환원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는 어떤 명분과 이유로도 양보할 수 없는 당위다. 다소 비약일지 모르나 대한민국이 IMF로부터 빌린 소위 ‘국제공적자금’을 지난 2000년에 다 갚자마자 금융주권을 회복한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도 경남은행 민영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작금의 행태는 ‘돈 놓고 돈 먹기식’ 무한경쟁과 다르지 않아 개탄스럽다.

    정부가 이달 23일까지 예비입찰서를 접수하는 등 경남은행의 민영화 작업은 착착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돌출되는 비합리적 양태들이 우려를 더한다. 정부가 내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이 원인 제공을 했다고 본다. 매각공고가 난 이후부터 누가 인수할 것인가를 두고 각종 추측들이 난무하더니 경남은행 인수추진위원회가 과연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모아낼까 음모론도 횡행했다. 예비입찰을 일주일 남기고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까지 뛰어드는 양상이다.

    이것은 경남·울산의 분위기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처사다. 경남은행 인수추진위원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투자자 유치와 인수전략에 골몰해왔다. 특히 지역 900여 개 기업으로부터 1조2000억 원의 투자의향도 받아놨다. 지난 7월 13일에는 1만50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경남은행 지역환원 촉구 결의대회’도 열었다. 최근에는 ‘경남은행 지역환원’을 위한 서명운동이 108만 명의 성원 속에 마감됐다.

    이 모두 ‘경남·울산 금융주권 사수’의 든든한 후원군이다.

    이런 상황을 배제한 채 BS금융지주(부산은행)와 DGB금융지주(대구은행)가 경남은행 인수의 양자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 오판하는 것은 ‘착각의 늪’에 빠진 것과 같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다. 근거 없는 예단에 숨은 의도가 불순하다.

    나아가 최근에는 정부가 68.9%의 지분을 가진 기업은행도 경남은행 인수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는데 ‘어처구니없는 난센스’다.

    최근 지방은행이 없어진 충청·강원지역 등에서 다시 은행 설립 움직임이 있고 서민금융지원 및 지역경제 활성화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는 시점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와 정면으로 역행하는 행동이다. 만약 기업은행이 경남은행을 먹게 되면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이 심화되고 자금이 필요한 지역민과 지역기업인들이 제때 금융지원을 받지 못하게 돼 지역경제의 퇴행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더 우스운 일은 경남은행이 당초 정부가 의도한 민영화가 아니라 국유화가 되면서 공적자금 ‘회수’가 아닌 ‘돌려막기’가 되는 꼴이 된다는 점이다.

    경남도와 18개 시·군이 금고은행 박탈을 공언한 마당에 타 금융기관에 의한 경남은행 인수는 지역감정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드는 도화선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정부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에만 매몰돼 지역 간 분열을 조장하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박근혜정부의 정책기조를 감안할 때 경남은행 지역환원이야말로 지역금융과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선택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자금동원력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균형발전의 측면에서도 경남은행 인수추진위원회가 구성하고 있는 지역자본 컨소시엄이 다른 금융기관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고 본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자격에 손색이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타 금융기관들이 경남은행 인수 욕심을 버리지 못한다면 커다란 오산이다.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고 착각의 늪과 난센스 상황에서 미래를 그르쳐선 안 된다는 말이다. 경남·울산지역의 금융주권 사수 의지가 너무나 고조돼 있기 때문이다.

    이상목(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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