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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모과도 서리를 맞아야 향내가 난다- 김영표(경남발전연구원 부원장)

  • 기사입력 : 2013-11-1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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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은 모과의 계절이다. 한자로 읽으면 목과(木瓜)이며, 나무에 열리는 참외라는 뜻이다. 향기도 색깔도 크기도 비슷하니 틀린 것만은 아니다.

    모과도 서리를 맞지 않으면 격이 높은 향내가 없고 깊은 철리를 얻기 힘들다. 하물며 경상남도의 미래를 책임지고 우리 도민들을 잘 살릴 수 있는 좋은 정책은 번쩍이는 아이디어에서 나오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경상남도가 ‘돈 먹는 하마’로 불린 거가대교의 운영수익 부족분을 최소운영수입보전방식(MRG)에서 비용보전방식(SCS)으로 변경하면서 무려 5조3579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절감했다.

    이 금액은 2014년 경상남도 예산 6조6143억 원의 81.0%에 달하고, 40년 동안 가구당 연간 10만2231원을, 도민 1인당 연간 3만9524원을 아껴준 결과이기 때문에, ‘옥을 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두 발이 잘리고 나서야 진정 옥으로 인정을 받았던 중국의 화씨 옥’에 준할 정도이다. 민간 사업자를 적절히 압박하면서 새로운 재무적 투자자와 분쟁 없이 마무리하기에는 전국에서 처음이고, 세계적인 모범사례가 될 수도 있다.

    산모의 고통이 따라야 훌륭한 자식이 태어나듯이 경상남도는 한국개발연구원과 경남발전연구원의 연구결과를 반영하고, 사업시행자와 2013년 10월까지 28회의 협상을 벌이고, 기획재정부 및 한국개발연구원(KDI)과의 협의도 20회 등을 거쳐, 특히 홍준표 도지사가 취임한 직후인 지난 1월부터 법률·회계·금융·협상 전문가와 공무원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 구성·운영 등 협상력을 높여 재정폭탄의 뇌관을 제거하는 결과를 얻었다. 이는 마창대교의 재정부담금 문제, 가까운 김해시의 경전철 재정부담금 재구조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거가대교가 부산·경남 광역권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남해고속도로의 만성적인 교통체증을 해소하며, 지역의 균형개발 촉진을 시킨다는 논리로 정부로부터 1995년에 민자 유치대상사업으로 선정돼 2003년부터 착공을 시작했다.

    하지만 ‘동서 연결 남해안 관광벨트의 핵심이자 세계화를 선도하는 관광 프로젝트’라는 황금빛 비전에 숨어있던 재정 부담금 같은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말자는 것이다.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알찬 정책이라도 구체적 사업으로 연결될 때는 관련된 정책 주체들은 돌다리를 두드리듯 흉유성죽(胸有成竹: 대나무를 그리기 전에 마음속에 이미 대나무 그림이 있다)적 자세로 전개해야 한다.

    어제 한국은행 경남본부에서 ‘경남경제 미래 50년’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듯이 경남에서 어느 해보다 올해 미래에 관한 정책들이 많이 논의되고 있다. 그것은 경남의 경제성장을 이끌어 온 제조업의 전국 순위가 과거와 다르게 떨어지는 위기적 상황도 있겠지만 ‘당당한 경남시대’를 열기 위한 홍준표 도지사의 정책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이제 미래의 정책은 성별과 세대, 소득 및 지역과 남북 등 균형을 요구하기 때문에 층간 조화에 가장 큰 심혈을 쏟아야 한다. 우리는 단맛 짠맛 신맛 쓴맛 매운맛 오미가 조화를 이루어야 맛이 좋고, 청색 황색 적색 백색 흑색 오색이 조화를 이루어야 아름답고, 궁 상 각 치 우 5음이 조화를 이루어야 귀를 즐겁게 한다는 것을 생활에서 그 지혜를 얻고 있다.

    내년 나라 빚이 515조 원으로 국민 1인당 부채가 1000만 원 정도이고, 공기업 빚도 347조 원으로 하루 이자만 770억 원이 된다고 한다. 이런 공기업의 문제들을 폭탄주 돌리기로 운용하고, 보건복지의 수혜를 퍼주기로 하는 것은 정말 조화롭지 못하는 정책이라는 것을 서로 알았으면 좋겠다.


    김영표 경남발전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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