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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후설- 이병문 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13-11-1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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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설(喉舌). 목구멍과 혀라는 뜻이다. 임금의 혀끝에서 나오는 모든 말을 남김 없이 기록하고 후세에 전달한다는 의미에서 조선시대 왕명의 출납을 맡은 기관인 승정원을 달리 일컫던 말이다. 임금을 수행하면서 보고 들은 말과 행동뿐만 아니라 국정의 이모저모를 기록한 것이 승정원일기라는 점에서 참으로 적절한 별칭이라는 생각이 든다. 승정원일기는 국보 제303호이자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기록유산이기도 하다.

    ▼오늘날엔 어떤 기관이 후설과 같은 역할을 할까. 모르긴 해도 지역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을 매일 글과 사진으로 신문에 싣는 기자들이 근무하는 신문사를 꼽는 데 큰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역할이나 활동 반경 등에서 왕조시대의 후설에 비기진 못해도 지역에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시민(독자)의 목소리를 담는 그릇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왕조시대 왕의 일거수일투족이 기록의 대상이었다면 민주공화국에선 주인인 시민이 모든 기록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이다.

    ▼전국에는 100여 개의 일간지가 있다. 일간지는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 신문과 비수도권 신문으로 나눌 수 있다. 국내 최대 발행 부수를 자랑한다는 한 언론사는 올해부터 경남·부산 등 전국을 권역별로 나눈 지방면을 없앴다. 수도권-지역 차별 없이 모든 소식을 사회면에 싣는다는 것이 명분이었지만 서울 뉴스만 있고 지역소식은 서자 취급을 당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도 해당 언론사는 지자체나 기업 등 소위 지역광고 시장에 대한 눈독을 멈춘 것은 아니다.

    ▼지역 뉴스에 대한 보도의 포기, 즉 후설 역할의 중단은 특정 언론사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수해나 재난 등 국가응급상황에서도 매번 되풀이된다. 수도권에 200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재화까지 몰려 있으니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언론사가 승정원일기와 같이 후설로서 기능한다고 스스로 믿거나 주장하는’ 신문사라면 지역뉴스를 홀대함으로써 스스로 후설이기를 포기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병문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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