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거류산 정상에서 산불 감시 활동을 하고 있는 서정철 씨.
오전 8시 50분 서정철(61·고성군 거류면 신용리) 씨는 여느 사람처럼 직장으로 간다.
출근길인데 복장이 좀 다르다. 두꺼운 옷 한 벌과 도시락 그리고 물이 든 2ℓ짜리 페트병 하나를 넣은 배낭을 멘다. 출근복은 등산복이다. 출근지는 해발 570m인 거류산 정상의 산불 감시초소다.
서 씨는 하루 걸러 하루 이곳으로 오르고 오후 5시까지 머물며 산불 감시를 한다. 하루 일당은 3만9000원. 부대비 5000원을 포함해 산 정상에서 하루를 보내고 받는 돈은 4만4000원이다.
“지난해까지는 산 주위 등 산 밑에서 산불 감시활동을 펼쳤는데 올해는 진급을 해서 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높은 곳으로 올라갔으니 진급이라는 서 감시원은 그러나 어깨가 무척 무겁다고 한다.
“거류산은 고성 산불 감시의 중심점입니다. 정말 한시도 한눈을 팔수가 없어요.”
초소가 있지만 서 씨는 잘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한다. 등산객들이 많아 초소에 머물 틈이 없고 바람이 불면 더 걱정이라 바깥에 나와 있어야 한다고.
고성군내 감시원은 모두 101명. 이 중 서 씨처럼 정상의 초소에 있는 감시원은 총 10개 초소에 20명이다. 상리의 무이산과 개천면의 소곡산, 구만면의 깃대봉, 하이면의 사당산, 하일면의 자이산, 동해면의 구절산, 고성읍의 갈모봉, 대가면의 소풀산, 동해면의 시루봉에는 빨간 조끼를 입은 산불 감시원들이 고성평원에 내려오는 독수리처럼 부리부리한 눈으로 산불을 감시하고 있다. 이들은 고성의 산림과 재산 그리고 주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지난 11월 1일부터 내년 5월 15일까지 산 정상을 오른다.
고성군 산불감시원들의 바람은 하나다. 올해와 내년에도 큰 산불 없이 지나가기를. 그리고 지난달 28일 하일면 춘암리 맥전포 야산에서 발생한 불을 진압하다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동료 고 김영록(51·고성군 하일면) 씨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