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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8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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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김흥구(창원 행복한요양병원 이사장)

  • 기사입력 : 2013-12-1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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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는 건강한 나의 모습과는 다름이다. 그것은 좋고 싫음도, 옳고 그름도 아니다. 단지 불편함을 수반하고 장기적인 치료를 요하는 것일 뿐이다. 만일 선천적인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면 그것은 나의 선택이 아니라 태생 이전에 숙명적인 기연일 뿐일 것이리라.

    최근 창원 시내에 소아재활치료를 위한 작은 공간을 마련해 내달 문을 연다.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구하는 데 우여곡절이 많았다. 환아와 보호자의 편의를 위해 조금이라도 접근성이 좋고, 주변 환경이 쾌적한 곳을 물색했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의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처음 찾았던 상가 주인들은 소아재활치료 시설이 혐오시설이라며, 상가의 가격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입점을 가로막았다. 약자에 대한 배려의 기대감은 상호 이해의 벽을 넘지 못했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님비현상을 재현한 꼴이 됐다.

    이를 바라보는 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들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한 어머니의 자조 섞인 작은 분노가 뇌리에 아직도 남아 있다. “이래서야 선진국은 무슨….” 눈시울을 붉히며 한 말이다.

    소아재활 치료를 받는 어머니들에게는 병원이 직장이자 삶의 터전이다. 일년을 하루같이 출근해 치료사 선생들과 함께 아이들을 돌보며 생활한다. 누가 부르지 않아도, 오직 자녀 치료에 대한 일념으로 자리를 지킨다. 내 아이가 지금보다 나아졌으면, 더 나빠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하지만 아이의 회복은 느리기만 하다. 조바심에 부산의 한 병원을 찾아 보톡스 주사를 맞고 치료를 받고, 양산과 서울을 오가며 집중 치료를 받았지만 여전히 더디다.

    장애 아이들의 병명은 뇌성마비, 발달지연, 각종 신드롬, 근육병 그리고 희귀병 등이다.

    올해 열 살인 현진이는 5세 수준의 키와 몸무게를 하고 있다. 레트신드롬을 가지고 있어 발달이 느리고, 인지 수준도 낮고, 음식도 잘 먹지 못해 마르고 몸이 약하다. 혼자서 뒤집기조차 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혼자서 앉고, 손을 잡아주면 걷기도 한다.

    지환이는 국내에 몇 명밖에 없다는 구리대사장애아다. 매일 한 번씩 구리 주입을 위해 주사를 맞아야 한다. 재활이 의미 없다고들 하지만 혼자서 고개 조절을 시작하고 있다.

    주혁이는 모야모야병을 앓고 있다. 현재도 가끔씩 내경동맥의 협착이나 폐색으로 인해 자지러지는 주혁이를 안고 가족들은 응급실로 뛰어가곤 한다.

    창원시내에 소아재활병원을 마련한 것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침에 따라 새로운 공간이 필요해서다.

    새 병원 개원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소아재활전문의도 초빙했고, 아이들을 치료할 새로운 치료사도 추가로 모집했다.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창원시내에 거주하는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리란 기대로 모두가 준비에 열심이다.

    우리는 안다. 시인 고은의 만인보에 등장하는 제각각 인간 군상들의 삶이 그 모습은 달라도 삶의 본질은 그리 다르지 않으리란 것을.

    김흥구 창원 행복한요양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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