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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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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업을 잇는 청년들- 부모의 삶에서 자신의 꿈 찾은 청춘들

존경으로 시작한 가업 잇기
그 속에서 발견한 삶의 미래

  • 기사입력 : 2013-12-2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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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환(오른쪽) 씨가 4대 두석장인인 아버지 김극천 씨와 일하고 있다.


    디지털 혁명으로 인해 급격하게 변화하는 산업사회에서 가업의 대물림이란 어떤 의미일까?

    유럽의 수백 년 된 기업이나 3~4대를 이어가는 일본의 우동·스시 가게 이야기를 들으면 부러움이 앞선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100년 이상 된 기업은 손꼽을 정도이고, 정작 대를 이어가는 가업에 대해선 구시대의 유물처럼 보는 이중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무한경쟁, 청년실업 시대 취업을 위해 대도시·대기업을 향해 정신없이 달려갈 때, 자기만의 소신으로 다른 길을 걷는 청년들이 있다. 태어나고 자란 고향에서, 평생 곁에서 지켜봐 왔던 부모의 업 속에서 스스로의 길을 발견하고 꿈을 실현시켜 나가는 젊은이들이다.

    가업을 잇는다는 것은 단순히 직업을 선택하는 일이 아니다. 자리를 지키겠다는 사명감만으로 가능한 일도 아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소소한 일들까지 모두 공유되는, 좋은 날도, 그렇지 못한 날도 투명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 관계다.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부모, 그리고 그 삶을 따르는 청년들. 일생을 통해 이어지는 그들의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삶을 살아가는 자세는 일에 대해 고민하는 청년은 물론 자녀와의 관계,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는 부모, 우리 모두에게 스스로의 삶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각종 가구에 덧대는 금속장식을 만드는 통영의 두석장 부자, 서울 천호동 대장장이 부자, 대구 용산동 시계수리공 부자, 충주의 장돌림 모자, 전남 구례군 농부 아버지와 남매 등. 이들이 하는 일은 인기 직업도 아니고, 힘든 일들이다. 하지만 일에 대한 그들의 자긍심과 확신은 누구보다 크고 단단하다.

    책의 주인공들의 삶은 부모에 대한 존경심에서 시작됐다. 이들의 삶은 순간의 큰 깨달음으로 인한 방향 전환이라기보다는 어려서부터 소소한 일상에서의 작은 발견, 감동이 쌓여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결과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 배 속에서부터 들었던 망치 소리가 좋았고, 늘 손님들이 오가는 분주한 일터가 좋았습니다. 그러다 대전엑스포가 열려서 친구들하고 놀러갔는데 거기서 아버지가 시연을 하고 계신 모습을 보았습니다. 친구들이 대단한 아버지를 두었다고 다들 부러워하더군요. 초등학교 때는 할아버지 사진이 학교에 걸려 있었죠. 그런 경험들을 통해 우리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정말 훌륭한 분이시고, 그분들이 하는 일은 이렇게 부러움과 존경의 대상이 될 만큼 가치 있는 일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그분들의 삶을 따르고 싶어졌고요. 그러다 장석 수요가 예전 같지 않고, 생계의 어려움 때문에 일꾼들이 하나둘 공방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를 도와야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조선시대부터 5대를 이어가고 있는 통영의 두석장 아들 김진환 씨의 고백이다.

    이 책의 세 명의 저자들은 2년여에 걸쳐 부모의 삶에서 꿈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색을 덧입혀 가업을 잇는 청년들을 찾아내고 수차례 만나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취재했다. 가업을 잇는 현장의 진솔한 이야기를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두 명의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부모와 자식간에 대를 넘어 이어지는 일에 대한 마음가짐과 삶의 자세를 가감 없이 전한다.

    이들이 가업을 선택하기까지의 고민과 결심, 도전스토리를 통해서 새로운 모험보다는 안정적이고 편안한 일을 선택하려는 요즘 청년들에게 더 넓은 시야와 깨달음을 얻고, 삶 속에서 자식들의 진정한 스승이 된 부모의 생애와 일에 대한 철학 등을 들여다보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참 부모의 모습, 감동, 그리고 말이 아니라 행동하는 삶을 통해 이뤄지는 진정한 자녀 교육에 대해 알 수 있다.

    백창화·장혜원·정은영 저, 이진하·정환정 사진, 남해의봄날 간, 1만5000원

    정오복 기자 obokj@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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