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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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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244) 제4화 돈이 많이 남는 장사 84

“여기서 한 군데 들를 곳이 있어”

  • 기사입력 : 2013-12-2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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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맛집으로 유명해서인지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찾아오고 있었다. 장대한은 닭강정 한 조각을 집어서 이윤자의 입에 넣어주고 자신도 한 조각을 집어 맛을 보았다.

    “맛이 어때?”

    이윤자가 장대한을 돌아보고 물었다.

    “괜찮은 것 같아.”

    장대한은 닭강정을 포장했다. 속초의 닭강정도 비교적 맛이 있었다.

    “이제 어디 가?”

    시장은 일요일 오전이라 한가했다.

    “여기서 한 군데 들를 곳이 있어.”

    장대한은 속초시장에서 안으로 들어가 오징어순대를 사서 포장해 달라고 말했다. 아침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오징어순대를 바로 먹을 수 없었다.

    “강릉을 거쳐 영동고속도로를 탈 거야.”

    날씨가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장대한은 차를 운전하여 강릉으로 향했다. 초당동에 허난설헌이 태어난 생가가 있었다. 해안도로를 달리는데 푸른 바다가 차창으로 지나갔다. 파도는 점점 거칠어지고 해안의 바위까지 달려와 하얗게 부서졌다. 정동진 옆의 바닷가 길이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한 시간을 넘게 달려서 강릉 초당동에 이르렀다. 허난설헌 생가는 아담하고 뜰에 국화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었다.

    “허난설헌이 유명한 시인이네.”

    이윤자가 안내표지판을 보고 말했다.

    “조선의 천재래.”

    “그런데 스물일곱 살밖에 안 되어 죽었으니 불행한 여자인 것 같아.”

    이윤자는 허난설헌의 생가를 둘러보면서 쓸쓸해했다. 대궐과 달리 소박한 양반집이었다. 구경을 하고 나온 뒤에 시간이 조금 이르기는 했으나 근처에 있는 초당두부 음식점에 들어갔다. 허난설헌의 아버지가 초당두부를 개발하여 널리 알려져 있었다.

    “초당두부 원조가 여기 있는지 몰랐네. 초당두부는 마트에서도 팔리는데….”

    이윤자가 음식점을 살피면서 말했다.

    “허난설헌 아버지가 두부를 개발했는데 맛이 좋아 한양 사람들도 사다 먹었대.”

    초당두부 음식점은 강원도의 나물과 두부를 위주로 상을 차렸다. 두부조림, 두부전, 두부찌개가 주를 이루었다. 깻잎 장아찌와 오이 장아찌도 맛이 있었다.

    “맛있다.”

    이윤자가 탄성을 내뱉었다. 장대한도 즐겁게 식사를 했다. 식당에서 나오자 빗방울이 후드득대기 시작했다. 장대한은 차를 운전하여 오죽헌으로 갔다. 오죽헌은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신사임당은 이원수와 혼례를 올렸으나 친정인 강릉 오죽헌에서 살다시피했다. 율곡은 그 까닭에 오죽헌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조선시대에 성인이라고 불린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관광객도 많았고 유적지도 아름답게 단장되어 있었다. 장대한은 이윤자에게 우산을 씌워주었다.

    “율곡이 훌륭한 분인가 봐.”

    이윤자가 장대한의 팔짱을 끼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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