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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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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집값 딜레마- 박세운(창원대 경영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3-12-2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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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친구의 딸 결혼식장에 갔다. 친구가 꽤 돈을 가지고 있고, 신랑과 신부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어 신혼집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신혼 부부 직장 근처의 전세 아파트를 얻었다고 한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전세를 얻었는지를 물으니 집을 사면 손해를 볼 것 같다는 것이다. 집값이 올라가지 않은 상황에서 집을 장만하면 재산세가 부담이 되고, 집값이 떨어지면 또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상황이 최근의 주택 구매 수요와 거래량 감소의 주요한 원인일 것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부의 축적 수단은 부동산이다. 이전에는 집값이 등락의 사이클이 있기는 했으나 상향 추세를 보여서 집을 사서 손해를 본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인구의 노령화와 주택 소유에 대한 인식 변화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과거와 같이 집값이 급등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집값 하락은 무주택자에게는 희소식이다. 그동안 서울과 창원 등 일부 지역에서는 너무 비싼 집값으로 인해 10년 이상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을 해도 내 집 장만이 어려웠으나 이제는 사정이 다소 개선되었다. 물론 현재도 일부 지역은 집값이 너무 비싸서 서민이 쉽게 집을 소유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집값의 하락이 주택 구입비용 감소로 국민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쁜 영향도 미친다. 집값이 하락하면 하우스푸어가 대량으로 발생하고,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해 준 은행은 채권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노년층은 노후 생활에 대비한 재산 규모의 감소로 고통을 겪게 된다. 이것이 집값의 딜레마이다.

    내년의 집값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 간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현재 집값이 바닥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보고, 전세물량이 급속히 월세로 전환되는 영향 때문에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옮겨 가고 있어 내년 1분기에는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는 전문가가 있다. 그러나 내수경기가 어려워서 내년에도 가격 상승이 어렵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실 앞으로 집값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주식 가격이나 환율 예측과 마찬가지로 장래 가격을 사람이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집값이 주기적으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국토가 좁고 인구가 많은 일본을 보면 1980년대 후반 일본 경제의 거품 붕괴 이후 1990년부터 최근까지 집값이 하락하다가 아베 일본 총리가 취임한 후 내수경기 부양책에 따라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 홍콩의 경우에는 주택가격이 등락을 거듭하였으나 중국의 관문 역할이 확대됨에 따라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 이후 전 세계의 모든 집값이 하락한 것은 아니다. 특히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등 일부 대도시 지역은 여전히 높은 수준의 집값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주택시장은 전국시장이 아니라 지역시장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주식과 채권은 전국적으로 동일한 가격으로 거래되나 주택은 위치의 고정성으로 인하여 동일한 주택도 위치에 따라 다른 가격으로 거래된다. 정부 청사가 옮겨 가는 세종시와 KTX 개통으로 서울 역세권이 된 천안 및 새롭게 공단이 조성되는 일부 지역은 현재에도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전세를 살고 있는 사람이 생각해야 될 중요한 것은 장래에도 현재와 같은 전세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전세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로 현재와 같이 저금리가 유지되고, 주택매매 차익을 실현하기가 어려워져 대부분 월세로 전환되면 무주택자에게 월세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박세운 창원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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