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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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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금태(金太)와 노가리- 정오복 문화체육부장

  • 기사입력 : 2013-12-3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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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말 술자리가 이어지면서 애주가들에게는 시원한 해장국이 그리운 계절이다. 이맘때 속풀이로는 대구탕과 생태(명태)탕을 최고로 꼽는데, 대구는 귀족 대접을 받은 반면, 명태는 서민들에게 가장 친숙한 생선으로 오랫동안 함께했다. 비록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도 우리의 할머니, 어머니들은 꽁꽁 얼어붙은 동태 한두 궤짝은 꼭 사셨다. 그리곤 “맹태는 하나또 배릴끼 엄는기라”라며 만족해 하셨다.

    ▼명태(明太)는 이름이 아주 다양하다. 싱싱한 명태는 생태, 말리면 북어, 꾸덕꾸덕하게 말리면 코다리, 덕장에서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하면 황태, 또 황태 살이 마치 마른 더덕 같다 해 더덕북이라고도 했다. 그물로 잡았으면 망태 (網太), 주낙으로 잡았으면 조태(釣太)라고도 구별했다. 특히 1년 정도 자란 것은 애기태 혹은 애태라 불렀는데, 우리에게는 주로 노가리라는 별칭으로 통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국내산이 거의 사라지면서 금값으로 치솟자 금태 (金太)라는 이름을 새롭게 얻기도 했다.

    ▼명태는 단일 어종으로는 세계에서 어획량이 가장 많은 어류로, 1980년대 중반만 해도 600만t을 넘었다고 한다. 국내산은 1980년대 초반 15만t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1990년대에는 1만여t으로 급감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1000t을 넘지 못하다가 급기야 2008년 공식적으로 어획량이 ‘0’으로 보고됐다. 다행히 완전 사라진 것은 아니고 동해 연안에서 연간 1t 정도는 어획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 연안에서 명태 자원이 줄어든 요인으로 무분별한 남획과 기후 온난화에 따른 수온 상승을 꼽고 있다. 또 연안 오염과 새끼 명태 보육장 파괴 등도 이유이다. 이 중 어린 명태의 남획을 가장 큰 원인으로 보는데, 정부·어업인을 비롯 호프집에서 노가리를 즐겨 먹던 세대 모두가 공동정범이 되고보니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더욱이 ‘(명태가) 산란장인 북한 원산으로 가면 북한만 살찌운다’는 어부들의 이기심이 이렇듯 큰 재앙이 될 줄은 진정 몰랐다.

    정오복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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