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1일 (수)
전체메뉴

[열린포럼] 새해는 우리 모두 안녕해질까?- 이순원(소설가)

  • 기사입력 : 2014-01-02 11:00:00
  •   



  • 새해 아침 많은 신문에 각 신문사마다 실시한 신춘문예 당선작과 당선자의 얼굴이 나왔다. 신춘문예를 실시하는 신문도 있고, 하지 않는 신문도 있지만 어떤 신문이든 지난 일 년간 기사를 통틀어 신춘문예 당선작만큼 여러 지면을 한 사람의 얘기로 채우는 경우도 없을 것이다. 소설 당선작의 경우 오직 한 사람의 말과 생각으로 적게는 두 지면을 많게는 세 지면을 가득 채운다.

    올해에도 몇 군데 신문의 신춘문예 심사를 보았다. 문학처럼 그 시대를 거울처럼 반영하고 있는 것도 드물다고 한다. 그것은 내용에서도 그렇고, 형식에서도 그렇다. 그런데 최근 심사를 하며 그것과는 또 전혀 다른 느낌 하나를 더 받았다. 내용과 형식뿐 아니라 동기에서도 그것은 바로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를 반영한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간 신춘문예 응모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문학의 위상이 높아져서 응모자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 갈수록 책을 읽는 사람은, 더구나 시와 소설을 읽는 사람은 줄어든다고 하는데 신춘문예의 응모자는 반대로 늘어나고 있다. 뭔가 할 얘기가 많은 시대라는 것은 분명하다. 꽤 오래전 IMF가 처음 시작되던 해에도 신춘문예 응모자가 그 전해에 비해 급격하게 늘어났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패션업계에서 여자들이 입는 치마 길이가 길어지면 호경기이고, 짧아지면 불경기로 진단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해 그해 신춘문예 응모자 수야말로 우리 사회의 또 다른 경기 지표인지도 모른다. 시대가 어수선할수록, 삶이 절박할수록, 그리고 일자리가 불안정할수록 신춘문예 응모자의 수가 늘어나는 것만은 틀림없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글을 쓰고 싶게 하는가. 갑자기 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해져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되었다면 한 나라의 문화로서도, 문학으로서도 다행한 일이겠지만 그것의 동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

    저마다의 일터에서 저마다의 일을 잡고 있어야 할 사람들이 어느날 일자리를 놓게 되거나, 젊은이들 경우 아예 처음부터 그런 기회가 박탈되었을 때 시대에 대해서거나 혹은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자신의 많은 얘기가 많아지게 마련이다. 문학적 감수성이 아니라 그런 사회적 박탈감이 무슨 말이든 하고 싶게 만든다. 또 한 가정의 가장이 그런 궁지에 몰렸을 때 함께 위기의식을 느끼는 가족 중에 자신이라도 나서서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인지 모른다. 사회가 불안할수록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불안에 대해 무언가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내가 읽은 어느 고등학생 응모자의 작품은 소설이라기보다 왜 자신이 신춘문예에 응모하는가에 대해서 쓴 수기 같은 글이었다. 어느 날 직장을 잃은 아버지와 그 때문에 하루 몇 시간씩 저임의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소녀는 자신의 글 속에 여러 차례 신춘문예 상금 얘기를 했다. 또 중간중간 이렇게 쓰면 상금이 날아가버리고 말 텐데 하는 불안을 내비치며 사실은 문학에 대해서도 책을 읽고 공부를 해야 할 시기인데, 지금은 상금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책을 읽을 사이도 없이 글부터 쓰고 있다는 말도 했다. 당선과는 거리가 먼 얘기지만 삶의 이야기로는 그보다 더 절박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 소녀만 절박한 게 아니다. 지난해 말부터 서로 묻기 시작한 우리 사회의 가장 절박한 안부가 바로 ‘안녕들 하십니까?’이다. 묻는 말의 형식이야 타인에 대한 안부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이 불안한 사회 속에 자기 자신에 대한 안부를 묻는 것이다.

    당장의 내 삶이 어제와 다르지 않다고 우리는 정말 안녕한 것일까. 한 대학생이 대자보를 통해 던진 질문에 우리 모두 자신을 돌아보고 이웃을 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새해가 밝았어도 저 질문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사회를 이끌고 나라를 이끄는 누군가 대답해야 하는데, 이제 어린 학생들까지 나서 묻는 질문의 입만 막을 생각을 하지 아무도 우리 안녕에 대한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하여 나는 묻고 싶다. 저 질문의 입을 막고 싶은 그대들은 올해도 변함없이 안녕하신가?

    이순원 소설가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