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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경남과 부산- 이명용 경제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4-01-0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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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깝고도 먼 나라’.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를 표현할 때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일본은 멀리는 삼국시대 왜구 침략으로부터, 가까이는 일제 강점기 등으로 우리와 가장 이웃한 국가이면서도 사이가 가장 좋지 않은 나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일 관계 개선의 회복을 위한 다양한 교류가 시도되곤 하지만 잊을 만하면 터지는 독도 문제나 일본 각료의 야스쿠니 참배 등으로 쉽사리 해결이 어렵다. 역사적으로 뿌리 깊은 골을 메운다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이와 반대로 우리 속담에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다. 서로 이웃에 살면서 정이 들어 사촌 형제나 다를 바 없이 가까운 이웃을 얘기하는 것으로, 먼 사촌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비자의 설림편(說林篇)에도 원수불구근화(遠水不救近火)라는 구절이 나온다. ‘먼 곳에 있는 물은 가까운 곳에서 난 불을 끄지 못한다’는 뜻으로 멀리 있으면 급할 때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중국 춘추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나온 고사성어다.

    ▼경남과 부산의 관계를 보면 묘한 생각이 든다. 서로가 같은 뿌리에서 출발한 데다 제일 가까운 이웃이지만 ‘이웃사촌’이라는 생각보다 ‘가까고도 먼 나라’처럼 경남사람들에게 다가오고 있다. 가까운 친척도 남보다 못한 경우가 많은 것처럼 두 지역 간의 관계가 상생보다 대립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특히 부산시가 자신들의 이익이 되는 일이면 경남도민들과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독주하면서 경남도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실제로 1978년 김해공항이 있는 강서구 일대를 부산시에 편입한 것을 비롯, 2005년 신항의 명칭과 관할권 다툼, 2009년 남강광역상수도사업, 최근의 BS금융지주의 경남은행 인수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두 지역 간에는 서로 협의가 필요한 큰 사안들이 많다. 부산이 지금까지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는지 모르지만 이로 인한 저항으로 향후 중요 현안들은 아무것도 논의가 안 될 수 있다. 두 지역의 진정한 상생은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할 때다.

    이명용 경제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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