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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갈등 처방약- 이종훈 문화체육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4-01-0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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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인들은 공연, 음악, 전시 등이 그들의 일상에 자연스레 녹아 있다. 프랑스인들의 연간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은 박물관 30%, 연극 19%, 무용 8%, 미술전시회 24% 정도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연극 11%, 무용 2%, 미술전시회 10%로 크게 비교가 된다. 특히 2012년 문화예술행사 연평균 관람횟수를 보면 연극 0.2회, 미술전시회 0.2회, 무용은 0.04회에 불과하는 등 5년에 한 번꼴로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거나 연극을 보러 가고 무용은 25년에 한 번꼴로 관람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격차의 원인은 교육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초·중·고를 거치면서 우리는 시를 200편 이상 배우지만 여전히 낯설고 거리가 멀다. 시를 살아 있는 문화로 체험하지 못하고 시험을 보기 위한 방편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미술·음악도 마찬가지이다. 예술 감상 능력 배양의 최적기가 청소년기임에도 예술 과목은 내신성적을 유지하기 위한 의무방어로 전락한 지 오래다. 매년 700개의 문화예술과목이 개설되는 프랑스의 고등학교와 비교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문화예술을 직접 체험하지 못한 청소년들이 성장해 어떻게 문화강국이 될 수 있겠는가. 최근 싸이를 비롯한 가수들의 한류 바람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지만 기초예술분야는 미미한 실정이다. 그나마 올해 3월부터 문화기본법이 시행돼 국민의 문화권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의 책무 등을 명문화하고 있다. 또 문화예술진흥법과 예술인복지법 등이 개정돼 잘만 운용되면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한 차원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9세기 아일랜드의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는 ‘국민적 증오심은 문화가 낮으면 낮을수록 강하다. 계급 갈등이나 이념의 편차에 따른 증오심을 덮을 수 있는 것은 문화밖에 없다’고 했다. 갈등으로 헤매고 있는 우리나라의 처방약을 잘 제시하고 있는 말인 것 같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직접 문화활동도 활발해져야 한다. 문화행사가 있을 때 잠깐 얼굴을 비추는 과시형이 아니라 생활 속에 녹아든 진정한 문화인으로서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종훈 문화체육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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