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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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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서른의 자화상

가까스로 취업 성공했지만 ‘결혼’ ‘내집’은 멀기만 하다
도민 중 4만1556명이 30세
74% 미혼, 73.9% 무주택

  • 기사입력 : 2014-01-1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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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지현 씨./김승권 기자/
    김민중 씨./전강용기자/


    공전의 히트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주인공 쓰레기와 나정이는 서른 즈음에 서로 사랑을 확인하고 결혼에 이른다. 우리 사회는 서른에 다양한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1985년 을축생이 올해 서른이 됐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경남의 ‘평균 남녀’ 박지현(30·창원시 마산회원구) 씨와 김민중(30·여·창원시 마산합포구) 씨를 통해 우리 시대 서른의 안부를 물었다.

    ◆서른의 의미·평균 지표= 서른은 인생에서 하루 중 어디에 해당할까. 직장인 정년 60세를 기준으로 보면 출발점이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좌표는 이미 결정됐다고 느끼는 ‘정오’에 해당된다. 새로운 2장에 도전하기엔 조금 늦은 시기라는 의미다. 경남도 통계를 보면 지난해 1월 인구 332만702명 중 올해 30살이 되는 도민은 남자 2만1760명, 여자 1만9796명 등 4만1556명이다. 이 중 74%가 결혼하지 않았고, 73.9%가 집이 없다.

    ◆살아온 길= 아장아장 걸을 때 열린 올림픽 특수 덕에 피아노나 태권도 학원에 다녔다. 초등 4학년 때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바뀌어 혼란스러웠다. 고3 땐 태풍 ‘매미’가 야간자율학습 중인 교실에 불어닥치기도 했다. 대학 땐 싸이월드를 통해 ‘일촌맺기’에 공을 들였다. 이후 10년 동안 화두는 ‘일자리’였다. “쌀 시장 개방 반대,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규탄 같은 사회적 이슈에 힘을 보태달라는 대자보들이 붙곤했지만 약간의 부채감을 지닌 채 비껴갔죠. 일단 내 사정이 급했으니까.” 김 씨와 박 씨의 말이다.

    ◆안정을 위한 고군분투= 공부 좀 한다는 친구들은 교대와 사대로 몰렸다. 김 씨는 영어교육과에, 박 씨는 국어교육과에 각각 지원했다 떨어졌다. 경북대 농경제학과와 경남대 철학과에 각각 진학했지만 둘 다 교직을 이수했다. 안정된 일자리를 위한 ‘집단적 교직바라기’는 일종의 시대적 징후였다. 공교롭게도 졸업할 즈음인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구직난에 기름을 부었다. 김 씨는 공기업 입사를 위해 50장 가까운 원서를 썼다. “불합격 통지를 받았을 땐 득달같이 인사과에 전화했지요. 떨어진 이유를 가르쳐달라 사정했더니 인성검사 신뢰도가 매우 낮다더군요. 뽑히고픈 마음이 너무 강해 무턱대고 긍정적인 대답만 한 결과였죠.”

    ◆서른 즈음에= 김 씨는 농협창원공판장 지원팀에서 중도매인 관리업무를 맡고 있다. 이제 1년차다. “서른 먹고 되돌아보니 매순간이 언제나 최악은 아니었는데, 늘 정체모를 불안에 갇혀 좋은 날 다 보냈네요.” 박 씨는 진주지역에서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3년째 일하고 있다. 얼마 전 모교 출신학과가 폐지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원 미달로 폐과됐어요. 기초학문이 없는 대학은 대학이 아니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가질 수 없는 시절이네요.” 두 사람은 서른을 이렇게 정의했다. ‘도전하기엔 늦은 것 같고 포기하기엔 이른 것 같은 지점’. 그러면서 되물었다. “하지만 마흔쯤에 되돌아보면 서른도 이팔청춘이겠죠?”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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