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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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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앓듯 해마다 AI 걱정해야 하다니…”

■ 양계농가 밀집 양산 상북면 일대 르포
초긴장 상태 곳곳 방역
농가끼리 전화로만 연락

  • 기사입력 : 2014-01-2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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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일 오후 도내 최대 산란계 밀집지역인 양산시 상북면의 한 농가에서 AI(조류인플루엔자) 예방을 위해 소독을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이번 AI(조류인플루엔자)는 오리만 걸린다니 닭 키우는 우리 집은 비켜가길 비는 거지…. 감기 앓듯 매년 겨울 AI 걱정으로 스트레스야….”

    지난 17일 전북 고창의 한 농가에서 첫 AI 확진 이후 발병 농가가 4곳으로 늘어난 가운데 지난 2011년 AI로 큰 피해를 입은 양산지역 양계농가는 3년 전 악몽에 마음을 졸이고 있다.

    21일 오후 2시께 양계농가가 밀집한 양산시 상북면 내·외석리와 그 일대를 찾았다.

    차량 통제가 이뤄지지 않아 마을을 드나드는 차량은 제법 있었지만 농장으로 들어가는 차나 사람을 발견하긴 힘들었다. 농장 입구에 ‘방역상 통보 없이 출입을 금한다’는 출입통제 경고판이 세워져 있었다.

    상북면에서 닭 4만여 마리를 키우는 신부연(59) 씨는 “TV에서 AI 소식을 들은 뒤 양계농가 업주끼리는 전화로만 연락을 주고 받을 뿐 오가는 발길이 끊겼다”며 “집과 농장으로 찾아오는 것은 사료차량과 계분 등 배설물을 수거하는 차량뿐”이라고 말했다.

    신 씨는 “지난 2011년 발병 때 6000만~7000만 원 정도의 영업 손실이 한 달 만에 발생했다”며 “대단위 농가들은 초긴장 상태로 계사 내부와 농장 입구에서 방역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일대 농가는 지난 2004년과 2008년, 2011년에 AI로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다. 따라서 방역 등 관리에는 이골이 나있다. 그러나 불안감은 여전하다.

    농장주들은 “장기간 AI가 발생했을 때 사료 공급이나 계분처리, 소비량 감소 등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양산지역 199개 가축사육농장 중 닭을 키우는 농장은 168곳으로 전체 가축 171만6000마리 중 123만6000마리를 차지한다. 이 중 90%가량이 난용종으로 계란 소비 감소도 걱정이다.

    양산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AI 위기수준이 높아지면 사료차량 이동에 제한을 받거나 김해 등지로 배출하는 계분 처리에 곤란을 겪을 수 있다”며 “대단위 농장은 10일 정도 계분을 모아둘 수 있지만 1만 마리 이하 농장들은 이틀만 지나도 포화상태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 2일 10개당 1434원이었던 달걀 산지가격이 지난 17일 1515원까지 올라 농가에 이득으로 보이지만 AI 발병에 대비해 도매상들의 사재기로 값이 오른 것”이라면서 “닭에 AI가 발병해 소비가 줄면 수익 감소와 출하하지 못한 달걀 처분 애로 등 후폭풍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한편 철새인 가창오리떼가 AI 발병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양산천 인근으로 날아드는 철새와 야생조류에 대한 방역도 비상이다.

    양산시는 양산·남양산·물금IC 등 3곳에 거점 소독시설을 설치해 축산차량 방역을 하는 동시에 소독차량 3대로 농가 및 도로 소독, 광역분무살포방제기 1대로 양산천 일대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농장주 허모(67·상북면) 씨는 “과거에 비해 철새가 많이 줄었지만 뉴스를 접하며 불안감이 커져 농장 위로 지나가는 새만 봐도 걱정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원태호 기자 tet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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