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8일 (수)
전체메뉴

[세상을 보며] ‘만성 불경기(不景氣)’ 벗어날 해법 있다- 이상목(경제부 부장)

  • 기사입력 : 2014-02-06 11:00:00
  •   



  • ‘먹고사는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다. 채집·수렵의 원시경제시대에는 생산성이 매우 낮았기에 그랬으리라 이해가 된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에도 이 문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현대인이 필요로 하는 재화와 용역은 무한정 넘쳐나는데 왜 늘상 경기는 안 좋고 먹고살기가 힘들다고 느껴지는 것일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 때문이다. 옷을 사 입고 술을 사 마실 사람은 한정돼 있는데 의류판매점과 주점이 너무 많고, 변호사와 의사의 배출은 계속 느는데 사법 수요자나 환자는 늘어나 주지 않는 따위와 같은 이유다. 결국 생산품이 원활하게 소비되지 않아 경기가 나빠지는 것으로, 먹은 음식물이 흡수되지 않아 소화불량이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필자가 경제활동에 참여한 근 30년 동안, 경기가 좋았던 기억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교과서적으로는 산업생산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졌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먹고사는 문제에서만큼은 해방돼 유토피아적 삶을 살아야 당연하다. 하지만 현실에선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 정책당국에게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직업선택의 자유가 보장되는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는 더 그렇다. 누구든 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계획경제를 채택하는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체제에선 가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경쟁심리가 작동하지 않아 생산성이 급감하고, 대다수 절대빈곤에 빠져드는 폐단이 있다.

    인류의 역사는 수렵과 농업시대를 거쳐 현재의 공업과 상업, 정보통신시대로 진입했다. 제조업·상업·정보통신 위주의 경제체제와 수렵·농업 위주의 경제체제의 토대는 근본부터 다르다. 전자는 분업과 교환의 상호의존제도인 데 반해 후자는 개인·가족 단위의 자급자족제도라 할 수 있다. 현대 경제체제에서는 분업이 심화되고 교환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판로를 확보하기 위한 각 경제주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 부분에서 자각해야 할 것은 현대경제에는 교환과 가치축적의 매개체인 화폐가 개입돼 있을 뿐 그 본질은 여전히 물물교환이라는 점이다. 교환의 대상이 되는 노동력이나 생산물, 산업기술이 사회적 수요와 불일치할 경우 불경기가 초래되는 것이다.

    인간의 행동양식은 대개 ‘어떻게 하면 남보다 잘 입고, 잘 먹고, 잘 살까?’라는 명제에서 비롯된다. 남이 할 수 없는 분야의 기능이나 기술, 학문을 연마해 ‘누구와도 대체될 수 없는 노동력’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래서 돈벌이의 전망이 좋은 분야에 몰리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 기저에는 억제불능의 ‘탐욕’이 자리하고 있다. 느리게 사는 조화로운 삶이 아니라, 편익을 충족시키기 위해 고통스런 부조화의 삶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경제주체가 산업 전 분야에 골고루 퍼져 조화로운 분업과 교환의 체제를 구축해야 하는데 남 보기 좋은 직업과 돈 되는 업종에 사람들이 몰리고 그 반대는 기피하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된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바야흐로 불경기의 악순환에서 헤어나올 수 있다고 감히 진단한다.

    그저께, 입춘절 한파를 무색하게 할 낭보가 본지를 통해 전해졌다. 한국은행 경남지역본부가 발표한 ‘1월 경남지역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인데, 소비심리지수가 지난해 1월 이후 100 이상을 유지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고, 또 중소기업 2월 업황전망건강도지수도 32개월 만에 기준치인 100을 넘어 경기가 점차 살아날 것이란 소식이다.

    하지만 불경기가 자본주의의 분업과 교환 시스템의 부조화로 초래되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면 일시적인 경기회복 전망에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다. 사회의 자원이 한쪽으로 몰리는 불균형을 개선하지 않고는 곧 불경기 국면으로 재진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당국과 사회 구성원들은 근원적인 문제 해결 노력에 더 집중해야 한다.

    이상목 경제부 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