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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치 경제학과 균형발전- 하승철(경남도 경제통상본부장)

  • 기사입력 : 2014-02-0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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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회 동계올림픽이 소치에서 열린다. 소치는 겨울 평균기온이 영상 7도인 아열대성 기후로 러시아 최남단 흑해(黑海) 동편 연안에 있다. 흑해는 지중해와 몇 개의 해협으로 이어져 있는데 크기는 한반도의 두 배 정도이고 모양은 호주대륙과 닮았다. 남쪽은 터키, 서쪽은 불가리아·루마니아, 북쪽과 동쪽은 우크라이나·러시아·조지아에 둘러싸여 있다. 슬라브민족은 따뜻한 남쪽을 찾아 천 년 전부터 흑해에 공을 들였고 역사적 질곡을 거쳐 현재 러시아는 흑해 북동쪽에 소치를 얻고 있다. 소치는 그야말로 서남부 유럽과 아프리카를 향한 러시아의 숨구멍인 셈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여왕’ 김연아와 ‘꿀벅지’ 이상화의 2연패가 우리의 뜨거운 관심사지만 러시아에게 2월의 흑해는 이루지 못한 꿈과 뼈 아픈 눈물의 역사가 있다.

    1945년 2월. 소치에서 400여km 떨어진 크림반도 얄타에서 한반도 38선이 획정된 3자회담이 열렸다. 스탈린은 전후 독일의 분할통치에 합의하며 입술을 깨문다. 3년 전 히틀러의 800mm 도라포 7발에 궤멸됐던 세바스토폴요새와는 불과 50km 거리다.

    1856년 2월. 투르크와의 모진 투쟁 끝에 흑해를 제패한 지 100년도 되지 못한 시점이다.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로 더 유명한 크림전쟁에서 러시아는 영국과 프랑스에게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을 점령당해 흑해의 군사권을 잃는 굴욕적인 파리회담을 앞두고 있었다. 5개월 전까지 포병장교로 참전했던 톨스토이는 ‘세바스토폴 스케치’에서 어린 병사의 기도소리를 빌려 이렇게 썼다. “오 신이시여, 정녕 당신의 뜻입니까?” 전쟁의 참혹함과 함께 러시아의 좌절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다시 2014년 2월. 러시아는 7년 동안 소치올림픽에 경기장 건설비 63억 달러를 포함해 500억 달러를 투입했다. 흑해의 야자수에 둘러싸인 유선형 빙상경기장에서 10분이면 터널을 뚫고 스노 스포츠가 열리는 산 속으로 간다. 성화가 우주정거장, 활화산과 바이칼 호수를 갔다가 오기도 했다. 올림픽이 끝나면 6월 G8 정상회의가 개최되고 가을에는 F1 경주도 열린다.

    러시아는 왜 변방 소치에 엄청난 투자를 하는 걸까? 푸틴의 정치적 야욕 때문이라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흑해의 오랜 비원(悲願)을 풀려는 러시아식 균형발전전략을 결코 간과해선 안 된다.

    우리는 어떤가? 현재 세계 최대의 경제권은 중국 일본 한국이 버티고 있는 동북아다. 여기에 6개의 소경제권이 있지만 우리는 수도권밖에 없다. 한국이 일본 중국과의 경제전쟁에서 하나의 경제권만으로는 견디기 어렵다.

    수도권은 블랙홀처럼 한국사회의 모든 가치를 빨아들이고 있지만, 특정지역에 대한 과도한 투자는 생산체감과 혼잡비용을 극대화시켜 결국 비효율적이라는 것이 경제학의 공리이다.

    수도권에서 가장 먼 곳에 위치한 동남권에 정부의 담대한 발전구상과 과감한 투자가 이뤄진다면 양극경제권의 흡인력으로 인해 국토균형발전도 저절로 이뤄질 것이다. 소치와 러시아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균형발전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는 전략은 7년 전 소치에 꺾인 평창의 눈물을 제대로 닦아주는 일이기도 하다.

    하승철 경남도 경제통상본부장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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