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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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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정월대보름과 밸런타인데이- 이상권 정치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4-02-1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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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닥타닥’ 대나무 타는 소리가 요란하다. 짚과 생솔가지에 붙은 불은 금방이라도 휘영청 밝은 대보름달에 맞닿을 기세다. 정월대보름 제액초복(除厄招福)을 기원하는 달집태우기다. 달집을 사를 때 묵은 액을 씻고 건강과 풍요를 기원하는 내용을 소망지에 적어 태운다. 악귀를 쫓는다는 대나무 타는 소리에 농악대의 흥겨운 가락이 곁들여진다. 달집에 너무 가까이 있다가 머리카락이나 눈썹이 그을린 유년시절의 추억을 간직한 이도 적지 않다.

    ▼아직도 달집태우기는 많은 지역에서 행할 정도로 정월대보름은 음력을 사용하는 전통 농경사회에서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 절기이며 풍요를 기원하는 날이다. 정월대보름이면 호두나 잣 등의 부럼과 귀밝이술, 나물, 오곡밥, 약밥, 달떡 등을 먹으며 풍년을 기원하고 액운을 쫓는다. 쥐불놀이, 연날리기, 다리밟기, 줄다리기 등도 빼놓을 수 없는 큰 풍습이다. 전체 세시풍속의 20%가량이 대보름날에 치러질 정도로 풍성하다.

    ▼‘해가 뉘엿뉘엿할 무렵/생솔가지와 대나무를 잘라내어/논바닥에 달집을 지어 놓고 (중략) 달이 동산에 휘영청 뜨기를 기다려/불을 질러 꼬실라 대니/온 동네가 불꽃으로 휘황하고/대나무 튀는 소리가/가슴을 콩닥거리게 하였다.’ 한 시인이 노래한 정월대보름 풍경처럼 유년기의 대보름은 추억이다. 아름다운 추억은 인성을 살찌우는 자양분이다. 인성은 삶의 질과 인격을 결정하는 기본요소다.

    ▼오는 14일이 정월대보름이다. 젊은층에게는 이날이 사랑고백과 함께 초콜릿을 전하는 밸런타인데이(Valentine’s Day)로 더 친숙할지 모른다. 신·구세대와 음력과 양력의 동·서양 구분 같기도 한 정월대보름과 밸런타인데이가 공교롭게도 한날로 겹쳤다. 1995년 이후 19년 만이다. 밸런타인데이가 초콜릿 판매를 위한 국적 없는 기념일이란 비판이 적지 않지만 그래도 엄연한 현실로 자리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공동체의 유대보다는 개인의 말초적 유희에 탐닉하는 세태만 추억으로 기억될까 우려할 뿐이다.

    이상권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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