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속의 귀- 이경숙
- 기사입력 : 2014-02-1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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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속의 귀- 이경숙
마음이 울퉁불퉁한 날은 자꾸 귀가 벽 쪽으로 자란다.
소리를 담으려는 귀가 벽을 뚫으려는 것인지,
귓바퀴를 둥글게 세워 벽의 아랫부분을 뚫으려 애를 쓴다.
한 쪽 귀가 몸통보다 커질 무렵 소리가 벽으로 선다.
벽을 뚫으려 애쓰는 소리와,
소리를 담으려는 벽과,
벽을 뚫으려 자라는 귀의 삼각관계.
방의 벽과 소리의 벽 사이에 갇힌 귀가,
소리 속에 다시 벽을 만드는 귀와
소리를 담으려 밖으로 나오려던 귀가
두 벽 사이에 갇히는 순간,
귀를 잃어버린 소리와, 소리를 잃은 귀가
벽과 벽 사이에서 버둥거리는 귀를 당기며
벽이 되어 가고 있다.
세상의 무성한 소문이 벽을 타고 자라난다.
☞ 귓바퀴를 둥글게 세워서 보이지 않는 벽을 뚫으려 자꾸만 애쓰지 마세요. 진실은 이미 몸통보다 커져 변형되었거나 울퉁불퉁 미워져 있을 테니까요. 하늘과 바람 어느 곳보다 잘 보이고 눈 감았다 뜨면 큰 별똥별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행복한 곳에 살고 계시죠. 그렇다면 거대한 소문으로 치장한 세상 너무 궁금해하지 마세요. 아직은 초록이 넘치는 산 들 섬진강 그대가 보이는 세상의 전부이기를 바랄게요. 서로가 서로를 오만하게 가두거나 등지는 차가운 벽. 시인이 말한 시처럼 불편한 삼각관계의 근원지인 벽 그 앞에서 귀를 잃어버린 소리, 소리를 잃은 귀를 잘라 버리고 끝내는 시인에게 소중한 시가 되어 다시 되돌아오기를 진심으로 바랄게요.
김혜연 시인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