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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5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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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출판기념회, 출마기념회- 김용대(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14-02-1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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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거전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지역의 일꾼을 뽑는 이번 지방선거가 지방의 축제가 될지 아니면 승자든 패자든 선거전에 임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생채기를 남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유권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후보가 선출되길 기대할 것이고, 또 출마자들은 4년 동안 다지고 다진 표심을 얻기 위해 모두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지난 2010년의 6·2지방선거와 뚜렷이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유달리 지난번보다 출판기념회가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출판기념회가 거의 출마자들의 필수 통과의례가 된 듯하다.

    책을 한 권 낸다는 것은 개인으로나 사회적으로 대단히 유익하다. 출마자들이 내는 한 권의 책은 단순히 한 권의 책이 아니고, 인생 역정뿐만 아니라 정치 철학과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을 고스란히 담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책을 낸다는 것이 그리 수월한 작업도 아니다. 글을 쓴다는 것도 어렵거니와 한 권의 책에서 인생관의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 무엇보다 책을 펴내면 행동 또한 책의 내용에 제약받을 수도 있다. 언행일치를 유도한다는 측면이다.

    지난해 출판 통계를 보면 신간도서 발행의 종수는 총 3만9767종, 발행 부수는 8690만6643부로 전년도에 비해 발행 종수는 9.7%, 발행 부수는 20.7% 각각 감소했다. 이는 국내외 경제상황 악화와 독서인구의 감소, 제작비 상승 등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출마자들의 출판은 신간 도서 발행 종수와 부수 모두 크게 감소하면서 불황을 겪은 출판시장에 단비와 같은 역할도 한다.

    그러나 선거 출마자들의 출판기념회를 곱게 보지 않는 이유는 정작 다른 데 있다. 출판은 없고 출마만 있다는 사실이다.

    출마자들의 출판기념회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이들의 책은 시중 서점 진열대에서는 찾기가 어렵고, 어쩌면 판매되지 않거나 판매하지 않을 수도 있다. 책값을 할인해 주는 인터넷으로도 사기가 대단히 어렵다. 이 때문인지 인터넷을 뒤지는 독자는 별로 없다. 대부분 책을 살 때 할인받기를 원하지만 오히려 책값을 확인조차 하지 않는다. 출판기념회장 입구에 분명 책은 정가에 판매한다고 적혀 있지만 책값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책값은 반드시 봉투에 담아야 하고, 거스름돈은 없다. 봉투를 확인하는 사람도 없고, 봉투 담는 통에는 다만 열쇠를 굳게 채우고 있다.

    또 있다. 출판기념회 장소는 대단히 크고 넓어야 하며, 자동차를 많이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버라이어티쇼를 하는 것도 아닌데 무대는 대형 스크린을 달아야 하고 방송용 무비 카메라와 조명 또한 휘황찬란해야 한다.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들도 이러한 출판기념회는 상상도 하지 못한다. 책 수입금으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출판기념회인데도 책이 몇 권 팔렸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행사장을 찾는 독자 아닌 지지자들이 많아야 한다. 그래서 책에 눈길을 보내기보다 저자의 눈길을 받길 원한다. 책보다는 저자에게 눈도장을 찍어야 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같은 직장이나 같은 직종의 사람들을 한 장소에서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엉터리 같은 출판기념회지만 그래도 이를 크게 비난하고 싶지 않은 것은, 낙선자와 당선자에게 한 가지씩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낙선해서 재산을 거덜내 이웃 보기 안타까운 것보다, 출판기념회를 통해 모금한 자금으로 선거를 치르라는 뜻이 담겨 있다.

    당선자에게는 자신이 펴낸 책대로 정치를 하라는 거다. 출마자들의 출판기념회에 나온 어떤 책을 살펴봐도 책대로만 하고, 책대로만 마음을 먹는다면 20년이 된 지방자치는 한 단계 성숙하고 주민들은 행복해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선되든 낙선되든 부디 책대로 사시길.

    김용대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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