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4일 (토)
전체메뉴

[가고파] 귀촌을 바라는 마음- 이상규 정치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4-02-21 11:00:00
  •   


  • 은퇴 뒤 귀촌을 꿈꾸는 한 사람으로 몇 해 전 휴가 기간에 아내와 함께 여행하면서 귀촌을 한 사람들의 집을 둘러본 적 있다. 여행 목적은 귀촌하기에 적당한 조용한 시골을 사전에 물색해 보는 것과, 이미 귀촌한 사람들의 생활을 접해 봄으로써 귀촌에 한사코 반대하는 아내를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그 여행 뒤 아내는 귀촌생활에 대해 마음을 열었고, 잘하면 은퇴 뒤 귀촌이 가능할 듯싶었다.

    ▼귀촌 또는 귀농이 온통 낭만이 아니라는 걸 안다. 기본적으로 농사를 지을 줄 모르고, 평생 도시의 안락함에 젖어 있던 사람이 모든 게 불편한 시골 생활에 적응하기가 쉬울 리 없다. 노인들은 가까운 곳에 큰 병원이 있는 지역에 살아야 한다는데, 이 역시 귀촌을 꺼리게 하는 점이다. 시골에서는 생활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들지만, 노년에 그 생활비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시골선 두 사람 사는 데 70만~80만 원이면 충분한데, 문제는 시골에선 고정적으로 그만큼 벌 데가 별로 없다.” 30대 중반에 경북 풍기로 귀촌한 친구의 냉정한 충고도 기억하고 있다.

    ▼그럼에도 귀촌에 대한 꿈을 접지 못하는 건 안락한 전원생활에 대한 소망 때문이다. 길고 긴 노년을 삭막한 콘크리트 숲 도시에서 보내고 싶지 않다. 몇 푼 안되는 연금을 빼면 소득이 거의 없는 노년기에 경제적인 부분을 고려할 때 귀촌은 도시 생활보다 장점이 있다. 시골에선 부지런하다면 스스로 먹을거리는 준비할 수 있다. 풍요롭진 않아도 자급자족은 가능하며, 최소한 도시에 살면서 ‘박스 줍는 노인’은 되고 싶지 않다. 욕심만 버린다면 자연을 벗하며 인생을 관조할 수 있고 마음 맞는 친구가 곁에 산다면 더욱 좋다.

    ▼1955~1963년 출생의 베이비붐 세대 5명 가운데 4명은 은퇴 이후 안락한 노후생활 등을 위해 삶의 터전을 옮기고 싶어 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 19일 발표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후 주거특성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 응답자의 82.9%는 은퇴 이후에 이주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주하려는 이유로 ‘안락한 노후생활’을 꼽은 이가 49.8%로 가장 많았고, ‘경제적 부담’ 때문이라는 응답도 20.2%였다.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닌 모양이다.

    이상규 정치부 부장대우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