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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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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새내기에게 웃음을 뺏지 말라- 이병문(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14-02-2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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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곧 3월이다. 경주에서 발생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참사에도 캠퍼스는 언제 그랬냐는듯 새내기로 북적인다. 풋풋한 풀냄새와 같은 싱그러움이 넘친다. 수강신청을 하느라 종종걸음을 치고 새내기의 재잘거림은 캠퍼스를 울린다. 높은 하늘조차 그들의 희망을 담기에 모자랄 정도다.

    젊음이 아름다운 것은 무한 가능성 때문이다. 경남지역 대학생의 가슴에도 무한 가능성을 담고 있을까. 모르긴 해도 숯검정일 것이다.

    ‘언제 젊은이들이 맘껏 웃고 어깨를 펴본 적이 있었는가’ 하고 되묻는 이도 있겠지만 요즘만큼 그 정도가 심한 시기는 일찍이 없었다.

    그나마 새내기들은 대학에 입학했다는 것에 안도한다. 선배들은 무녀리를 받았다는 기쁨과 같은 길을 걷게 된 또 다른 동지를 만났다는 위안 때문에 ‘웃음 반 슬픔 반’이다.

    무엇이 경남지역 다수 대학생에게서 희망을 빼앗아 갔을까. 그들의 책임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어른들 탓이다.

    어떤 대학이 좋은 대학인가. 잘 가르치는 대학, 취업이 잘되는 대학,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는 대학일까. 아니면 이름이 나거나 재정이 튼실한 대학일까. 개인적으로는 잘 가르치고 잘 배우는 대학이 좋은 대학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실은 어떨까. 강의실에는 경쟁만 있고 성적으로 학생을 한 줄로 세우는 것은 고등학교나 차이가 없다. 질문도 생략됐다. 질문하는 학생은 이상한 놈 취급받기 쉽다. 제대로 가르치는 교수나 배우는 학생도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매년 언론사나 정부는 대학경쟁력을 높인다는 목적으로 순위를 매긴다. 서울에 본사를 둔 A언론사는 지난해 성균관대가 서울대를 앞질러서 종합대학 순위로 1위(포항공대와 카이스트를 포함한 전체 대학에서는 3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교수연구, 교육여건 및 재정, 국제화, 평판 및 사회진출도 등 네 가지 부문을 합산 평가했다고 한다.

    평가항목 중 교수연구를 뺀 다른 평가항목은 경남 등 지역대학이 수도권에 밀릴 수밖에 없다. 교육여건은 돈이고 국제화, 평판, 사회진출도 등도 돈이면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평가라면 대학 등수가 아니라 ‘기업형 대학 등수’라고 발표하는 게 맞다.

    사정이 이런데도 매년 이와 유사한 잣대로 평가를 해 ‘서울 중심, 덩치 큰 대학의 순위가 높다’는 결과를 쏟아낸다.

    출발점이 다른 대학의 특성을 무시한 이 같은 평가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 즉각 평가를 중단해야 한다.

    더 꼴사나운 것은 정부가 재정지원금 몇 푼 주면서 대학을 한 줄로 세우니 비수도권 대학도 그 정책을 좇는 현실이다. 대기업이 인수한 수도권 소재 대학이 인문학과를 폐지하자 전국에 있는 상당수 대학이 같은 길을 걷는 것처럼. 이율배반적으로 대기업 CEO들은 서울 소재 명문대에서 여는 인문학 강좌에 큰돈을 들여 강의를 듣는다. 학문까지 독과점을 하겠다는 것인지 한숨만 나온다.

    상황이 이런데도 박근혜정부는 오는 2023년까지 전문대를 포함한 전국 339개 대학 입학 정원을 16만 명 정도 줄일 방침이다. 수도권 집중 강화, 비수도권 대학의 폐교라는 결과가 뻔히 보이는 이 같은 정책은 ‘지방대학 대학살’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엉터리 평가로 대학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기에 앞서 모든 대학이 같은 출발점에서 뛸 수 있도록 동등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퇴출을 최소화함으로써 지역문화의 거점인 대학이 스스로의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공감대도 이끌어내야 한다. 정부·기업은 비수도권 대학 육성에 적극 나서고 채용 등 각종 시험에서 불평등이 없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수는 강의 기계가 되고 학생은 취업벌레가 되는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 용기와 희망을 가지라는 훈계는 헛구호로 끝날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잡문조차 경남지역 대학생의 분노와 절망을 1%도 채워주지 못하겠지만.

    이병문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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