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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자기 인문경영 능력, 어떻게 키울 것인가?- 최환호(경남은혜학교 교장)

  • 기사입력 : 2014-03-0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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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날 갑자기 눈이 먼 사람과 접촉한 모든 사람들이 실명한다. 도시는 마비되고 세상은 지옥으로 바뀐다. 강간, 폭력, 약탈, 살인 등이 창궐한다.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았던 여주인공은 갑자기 다시 보게 된 사람들을 보며 말한다. “우리는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볼 수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주제 사마라구 ‘눈먼 자들의 도시’).”

    볼 수 있지만 보지 않는 자가 가장 심한 소경이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생각하지 않는 자가 가장 멍청하듯, 우리야말로 세상과 삶의 본질을 간과한 채 청맹과니와 바보로 살아왔다. 일찍이 파우스트가 탄식했듯이 현재의 삶은 녹색의 삶을 희생한 대가로 겨우 획득한 회색의 삶이 아닐는지.

    오로지 들끓는 야망으로 치달은 나머지 무한경쟁과 적자생존의 참혹한 문화를 낳고 말았다. 삶에 대한 성찰, 균형 잡힌 역사의식, 상생의 열린 정신…,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인문적 품격을 도외시한 채 마구 질주한 결과 천민자본주의 속물로도 성이 안 차 아예 괴물이 되려 한다.

    지금 당신은 어떤가? 스스로 삶의 주인이라 자부하는가? ‘인간다움’을 뜻하는 라틴어 후마니타스(humanitas), 즉 ‘사람됨의 깨달음’을 구할 때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연기적 삶의 질서와 인간적 도리를 깨닫는 것이 탐욕에의 집착과 소비, 그 근원을 끊는 바탕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최근 전 지구적으로 기업이나 경제, 과학기술, 정부 등 사회 전반에 인문의 지혜가 녹아들어 경영체질이나 문화 자체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뒤늦게나마 천만다행한 일이다. 바야흐로 자기 인문경영 시대의 도래다. 인문경영은 인생경영에서부터 기업경영, 국가경영에 이르기까지 삶과 세상 일체를 망라한 경영을 말한다(정진홍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말하다’). 오죽하면 생전의 스티브 잡스가 “소크라테스와 식사할 기회를 준다면 애플이 가진 모든 기술과 바꾸겠다”고 했을까.

    세계사의 위대한 영웅, 리더, 최고경영자들이 인문경영 지식으로 무장했다는 건 뭘 의미할까. 지금 세계의 생존 트렌드는 지식기반 경제에서 자기 인문경영이 혁신의 열정을 촉발하는 창조·인문경제로 이행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자기 인문경영 능력이 전무한 채로 벼락출세해 세상을 농단하던 자들의 말로는 늘 비참했음이 그 방증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사회의 엘리트는 대부분 대학에서 인문교양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지도자 교육을 받는다. 특히 인문학은 여러 학문 중에서 창의력·통찰력·소통력·이해력·연구력·분석력·비판력 등을 키우는 데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리더의 최종 덕목은 자기 인문경영 능력이기에.

    관련 전문가들의 공통된 제안은 자기 인문경영에 다가서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고전 및 양서읽기를 강력 추천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의 위대한 지도자들은 다 언어적 인간(Homo loquence)이었다. 세종대왕, 정약용, 나폴레옹, 링컨, 에디슨,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등의 공통점은? 다 유명한 ‘독서광’이었다. 뉴욕타임스의 분석에 따르면 위대한 경영자들은 경쟁이나 비즈니스, 처세술에 관한 책보다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문학·역사·철학서 등을 열독한다는 거다. 동서고금의 명문가일수록 항상 독서의 향기가 넘쳐났음은 불문가지였고.

    위대한 경영자나 지도자, 선각자들이 고민했던 삶과 세상의 원리, 근본에 대해 읽고 한 걸음씩 그들의 사유를 따라가다 보면 분명 우리의 인문경영 능력도 한 뼘씩 확장되는 체험을 할 것이다. 인류 스승들의 경책은 한결같다. 오로지 “독서를 통한 배움만이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16세기 영국의 서정시인이자 극작가 사무엘 다니엘의 경책. “자기 자신 위에 스스로를 세울 수 없다면 인간은 얼마나 불쌍한 존재인가?”

    최환호 경남은혜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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