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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8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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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사랑을 전하는 ‘데이 마케팅’- 이대승(경제부장)

  • 기사입력 : 2014-03-1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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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day’

    매월 14일마다 기념일이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 3월 14일 화이트데이다.

    밸런타인데이의 유래는 3세기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황제의 허락을 받아야 결혼할 수 있었다. 그리스도교의 성인 발렌티누스가 황제의 허락 없이 서로 사랑하는 젊은이들을 결혼시킨 죄로 순교했다. 발렌티누스가 순교한 날을 축일로 정하고 해마다 연인들의 날로 기념해 왔다. 이날은 여성이 평소 좋아했던 남성에게 초콜릿을 건네면서 사랑을 고백하는 것이 허락됐다.

    백화점 등이 이날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어 상업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요즘 말하는 ‘데이 마케팅’을 펼친 것이다. 결과적으로 매출은 크게 늘어났다.

    화이트데이는 밸런타인데이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이 사랑을 고백했으니, 남성에게도 사랑을 고백할 기회를 준 셈이다. ‘화이트데이 마케팅’은 밸런타인데이보다 훨씬 더 성공적이라는 것이 유통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남성들의 씀씀이가 더 크기 때문이란다.

    다양한 업종 관계자들은 매월 14일마다 기념일을 만들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1월 14일은 1년 동안 쓸 다이어리를 연인에게 선물하는 다이어리데이. 4월 14일은 짝 없는 남녀가 만나 위로의 짜장면을 먹는 블랙데이. 5월 14일은 장미와 함께 연인의 사랑을 확인하는 로즈데이. 6월 14일은 연인끼리 입맞춤을 하는 키스데이. 7월 14일은 연인을 다른 사람에게 선보이거나 은제품을 선물하는 실버데이. 8월 14일은 연인은 삼림욕을 하고 싱글인 사람은 소주를 마시며 외로움을 달래는 그린데이. 9월 14일은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연인과 함께 사진을 찍거나 음악을 듣는 뮤직&포토데이. 10월 14일은 연인과 와인을 마시는 와인데이. 11월 14일은 연인과 영화를 보며 오렌지 주스를 마시는 무비&오렌지데이. 12월 14일은 연인끼리 껴안는 것이 허락되는 허그데이이다.

    최근 들어 공공기관이나 단체들도 ‘데이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 특정한 날에 특정 제품을 소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상품과 유사한 발음이나 형태를 연관시켜 특정날짜를 잡은 것이다.

    인삼데이(2월 3일), 삼겹살데이(3월 3일), 삼치/참치데이(3월 7일), 오리데이(5월 2일), 아구데이(5월 9일), 유기농데이(6월 2일), 추어탕데이(7월 5일), 포도데이(8월 8일), 구구데이(9월 9일●닭고기와 계란 먹는 날), 애플데이(10월 24일), 한우데이(11월 1일), 빼빼로데이(11월 11일), 벌꿀데이(12월 12일) 등.

    이처럼 유래와 국적을 알 수 없이 ‘데이 마케팅’에 따라 단순 숫자에 의존한 기념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눈에 띄는 아이디어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매출을 올리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나친 상술만 앞세우고 소비자를 ‘봉’으로 여긴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밸런타인데이의 경우 특정한 날에 초콜릿 수요가 급증하다 보니, 생산자가 물량을 맞추지 못해 불량품이나 유통기간이 지난 원료를 사용한 사례가 빈번히 있었다.

    또 일부 업자들은 평소 가격의 2~3배 이상 폭리를 취하는 사례가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물질만능주의’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이다.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값비싼 선물이나 기념품을 줘야 사랑이나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 더 나아가 모든 문제를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준다면 심각한 사회문제가 야기될 것이다.

    ‘데이 마케팅’의 상술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지혜로운 소비자’이다. 선물이나 기념품이 마음을 전하는 매개체가 돼야 당초 기획했던 기념일이 될 것이다. 이 많은 기념일을 활용해 가족간, 직장 동료간, 이웃간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날이 됐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이대승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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