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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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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노역' 없애도 '귀족노역' 가능성은 여전

노역장 유치 '3년 이하' 제한 때문…입법 통한 개선 등 필요

  • 기사입력 : 2014-03-29 10: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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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발언하는 박병대 법원행정처장

    대법원이 '황제노역' 논란과 관련, 고액 일당을 받고 노역을 하는 수형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개선안을 28일 내놓았다.

    대법원은 이날 열린 전국 수석부장판사 회의에서 개선방안을 논의한 끝에 벌금 대신 노역을 하는 경우 일당과 기간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발표했다.

    새 원칙에 따르면 고액 벌금형이 선고되는 경우 일당은 벌금액의 '1천분의 1'이 기준이 된다.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원이 선고된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경우 현재 노역 일당이 5억원이지만 앞으로 유사 사례에서는 일당 2천540만원이 되는 것이다. 또 100억원 이상 벌금이 선고된 사람의 경우 노역장 유치 기간이 최소한 900일은 돼야 한다.

    그러나 새 기준에 따르더라도 노역 일당이 수천만원에서 억대에 달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

    일당 5억원의 '황제노역'은 사라지겠지만 그에 조금 못 미치는 '귀족노역'은 여전히 나올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노역장 유치 기간이 3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형법에 정해진 상황에서 법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고액 일당을 원천적으로 완벽히 차단할 수는 없다"며 "주어진 현실에서 법원 나름으로 마련할 수 있는 차선책"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3년 이하를 노역 기간으로 정한 현행법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서 "고액 벌금의 경우 3년이라는 기간을 설정하지 않으면 수십 년을 노역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기간 제한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형법 제69조에 따르면 벌금은 판결 확정일로부터 30일 내에 내야 한다. 이를 내지 못하면 1일 이상 3년 이하의 기간 노역장에 유치돼 숙식을 하며 작업을 해야 한다.

     

    전국수석부장회의
    전국수석부장회의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수석부장회의에서 참석자들이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통상 고액 벌금형은 징역형과 함께 부과하는 사례가 많다.

    그런데 노역장 유치를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본래 의미의 형벌은 집행유예를 받아 자유의 몸이 됐는데도 정작 벌금 때문에 교도소·구치소에서 일하면서 사실상 '감옥살이'를 할 우려가 있다는 문제점이 생긴다.

    또 법관의 재량에 맡겨진 벌금 일당 산정과 관련해 대법원이 일괄적으로 기준을 정한 데 대해 재판권 침해가 아니냐는 논란도 생길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법 형사부 부장판사들은 최근 자체 세미나에서 재판권 침해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법규의 제·개정을 통해 법제화하기 전에는 판사가 대법원이 제시한 '원칙'을 따르지 않더라도 이를 강제하거나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대법원은 "향후 새 원칙을 바탕으로 각급 법원에서 형사실무연구회 등을 열어 구체적인 세부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선안을 법령이나 대법원 규칙의 제·개정을 통해 만들 것인지, 법관들에 대한 지침 성격의 권고안 수준으로 할 것인지는 추가 검토키로 했다.

    결국 고액 벌금을 선고할 경우 노역 기간과 일당의 문제는 현행법상 '3년 이하'라는 제한 속에서 법원이 실무적으로 얼마나 조화롭게 적용해 나갈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법령 개선을 통해 고액 노역 일당을 원천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는 것도 국회와 법조계 안팎에서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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