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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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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마음 도둑질- 강태구 부국장대우 사회2부장

  • 기사입력 : 2014-03-3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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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주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20대가 지역 대학 3곳에서 210여 차례 1억5000만 원 상당의 물건을 훔쳐 최근 구속됐다. 이 청년은 최근 3년 동안 자전거, 노트북, 아이패드, 전자수첩, 가방 등을 훔쳐 온라인 중고 장터 등에 팔아 1억3000만 원을 챙겼다. 그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훔친 일시와 장소, 품목별 사진, 보관장소 등을 파일로 정리해 놓아 검거한 경찰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고 한다.

    ▼도둑 하면 중국 춘추시대 도척(盜)이라는 도둑이 유명하다. 도적 무리 9000명을 이끌며 재물을 약탈했다고 한다. 공자가 도척을 타일러 보겠다고 대산이라는 소굴로 찾아가 만나기를 간청했으나, 도척은 공자가 혀를 놀려 시비를 벌이고 천하의 군왕을 후린다며 호되게 꾸짖어 돌려보냈다. 또 장자가 도척을 찾아가 ‘도둑질에도 도(道)가 있느냐’는 물음에 감춘 곳을 알아내는 것이 성(聖)이요, 남보다 먼저 들어가는 것이 용(勇), 늦게 나오는 것이 의(義), 도둑질해도 되는가 안 되는가를 판단하는 것이 지(知)다. 또 물건을 고르게 나누는 것이 인(仁)이라 답한 일화는 두고두고 회자된다.

    ▼도척이 제아무리 도적질을 하면서 도(道)를 운운했다고는 하나 남의 재물을 훔친 도적에 불과하다. 재물을 훔치는 것은 마음을 훔치느니만 못하다. 스무 살 전후 연애하는 시절엔 이성의 마음을 훔치는 게 선(善)이요, 서른 즈음엔 배우자, 마흔엔 자녀의 마음을 훔치는 것이 지(知)이며, 쉰을 넘겨도 부모가 살아계시면 어버이 심중을 잘 헤아려 그 마음을 도둑질하는 것이 효(孝)라 말하고 싶다.

    ▼6·4지방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는 유권자의 마음을 얻어야 당선된다. 어찌 보면 표를 얻는 것은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행위이므로 유권자의 마음을 훔치는 일과 전혀 무관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들이 유권자에게 내놓을 공약, 즉 유권자의 마음을 얻으려면 적어도 도척의 도(道)에는 버금가야 하지 않을까.

    강태구 부국장대우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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