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8일 (수)
전체메뉴

[경남시론] 인재 확보에 목마른 지방사람의 희귀 질환- 신재국(인제대 의과대학 교수)

  • 기사입력 : 2014-04-07 11:00:00
  •   



  • 지역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 대학 교수와 함께 최근 이야기를 나눴다. 두 사람 다 7080세대이고 또한 이때 대학에 몸을 담고 있었던지라 80~90년대와 현재의 부산을 포함한 각 지역의 모습, 지식 기반 산업, 핵심 두뇌 확보의 역량을 비교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화의 주제였다.

    이야기의 결론은 80~90년대는 말할 것도 없고, 2000년대 들어 10여 년간 지역의 두뇌 확보는 후퇴라는 단어를 넘어서 추락이라는 것에 공감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고민해도 이를 바로잡기 위한 답을 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는 지금 추락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날개가 필요하다는 것을 함께 언성을 높이고 떠들지만, 정작 날개를 구하려는 노력은 없는 것 같다.

    가끔 업무 관계로 수도권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참 대단한 분이며 이런 사람이 지방에 있으면 지역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할 텐데’라는 생각과 함께 고향을 물어 보면 적지 않은 다수가 부산, 경남을 포함한 지방이었다. 우수한 인재들이 일자리와 미래 입신양명을 위해 상경해 훌륭한 국가 인재가 된 것에 대해서 무슨 불만이 있겠냐만은, 인재 확보에 굶주려 있는 지방의 교수로서 혹시 이들 중에서 일부라도 지역으로 불러들일 수 없을까 하는 욕심을 내는 것이 현실이다.

    아마 그날 우리 두 사람이 공감한 것은 소위 젊은 인재들의 서울로 향하는 발걸음이 이미 유행처럼 한 개의 사회적 현상이 돼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마치 서울로 가지 않으면 무엇인가 손해를 볼 것 같은, 인생의 실패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지역의 인재를 서울로 몰리게 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정상의 범위를 넘어서 병적인 사회 현상인데, 지역에서 이를 어떻게 해결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한국의 미래 먹거리는 이제 지식기반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커져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 정책에서나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입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도권 이외에 지방에서도 미래의 산업은 고용창출 효과가 매우 큰, 특히 청년 고용 창출과 여성 고용 창출 비중이 높은 지식 기반 산업의 지역 내 확보가 절실하고 이를 위해서는 해당 분야의 인재 확보가 절실한 것이다. 이미 사회적 분위기와 유행이 서울로 향할 수밖에 없는 현 시점에서, 이러한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처방이 필요한 것 같다.

    예를 들면, 수도권의 주요 대기업들의 50%가 반드시 지역에 기반을 두도록 하거나, 중앙 정부 국무위원의 50%는 반드시 지방에 거주하는 분 중에서 선임하거나, 국가 주요 R&D 예산의 50%는 지역에 우선적으로 배정하거나, 지역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지역의 인재들에게는 50% 이상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등등, 비현실적인 상상인지 모르겠지만, 향후 몇 십 년 후의 동남권의 미래를 그리다 보면 이러한 상상을 하게 되는 것이 어쩌면 지방을 걱정하는 이들의 희귀병이 아닌지 모르겠다.

    최근 지방 선거에 대해서 언론에서 연일 소개하고 있고, 정치권에서는 매일 이와 관련된 사건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하지만 지난 십수 년간 심각하게 거론돼 왔던 수도권과 지역의 균형 발전을 통한 국가의 미래 청사진은 이번 지방 선거와 관련해서 그리 언급되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것이 지방에 살고 있는 50대의 한쪽에 치우친 시각인지, 아니면 이것이 심해져서 얻게 되는 희귀 질병의 한 증상인지…? 유독 봄의 기운이 가득 차게 되는 4월에 그 증상이 심해지는 것 같다.

    신재국 인제대 의과대학 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