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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지역 메세나운동, 이젠 바뀌어야- 이문재(문화체육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4-04-1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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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경남은 흡족하지는 않지만 ‘문화의 힘’이 느껴지는 곳이다. 창원이나 김해, 또 진주나 거제 등 활발한 곳만 쳐다봐서 그런지도 모르겠다.하지만 이들 시 지역뿐 아니라 군 지역에서도 나름의 공연이나 전시를 통해 지역민들이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직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우리 지역에도 저런 공연이나 전시를 하나’ 할 정도의 높은 수준의 문화상품을 만나면 왠지 뿌듯하다. 하기야 문화·예술적 토양은 물론 소득이나 먹고사는 것으로 따져도 타 지역에 전혀 꿀릴 것이 없어,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지만.

    지역 ‘문화의 힘’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지만, 메세나 활동을 보면 명확해진다. 우리 지역에 본격적인 메세나운동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07년 경남메세나협의회가 결성되고서다. 그간 간헐적이고 들쑥날쑥했던 문화·예술지원이 각(角)을 잡은 것이다. 협의회가 결성되자 메세나운동은 급속히 활기를 띠게 된다. 지원 의사를 밝히고 참여한 회원사가 늘고, 이들이 후원하는 문화·예술단체도 급증했다. 6년째인 현재 회원사는 200여개이며, 결연 문화·예술단체는 100개를 넘겼다.

    문화계 인사들은 이 같은 양적 성장은 전국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고 한다. 성장의 이면에 숨은 일등공신들은 많다. 첫째가 기업체로, 튼실한 제조업체가 많은 경제적 환경이야말로 정말 축복이다. 다음으로 창립 때부터 협의회 회장을 자처한 경남은행의 노력이다. 경남은행은 지역 경제의 큰 축으로 자리잡고,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경남도의 지원도 컸다. 기업이 예술단체에 지원하는 금액만큼 보태는 매칭펀드 예산을 책정해 지원했고, 일부 운영비도 보탰다. 수혜자인 예술단체도 이전보다 왕성한 창작활동으로 메세나운동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했다.

    경남메세나는 이들 모두가 어우러진 공동의 작품인 것이다. 잘 나가고 있던 우리 지역 메세나활동에 작은 문제가 생겼다. 그간 역할에 걸맞게 당연직처럼 회장을 맡아 왔던 경남은행이 민영화로 인해 BS금융지주(부산은행)에 흡수됐다.

    ‘흡수가 되더라도 경남은행이 존속되는 만큼 계속 맡으면 되지’라는 논리도 있다. 하지만 200여 회원사와 이들이 주축이 된 운영위원들의 마음은 다르다.

    경남메세나를 지역 기업인들이 만들어 지금껏 키워온 만큼 외지인들의 손에 넘길 수 없다는 것이다. 지역 상공인들의 자존심이기도 하고, 양적 성장을 할 만큼 했고 이제 지역 기업인들의 힘으로도 충분히 협의회 운영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다.

    회원사들은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지역 연고 회장을 뽑아, 협의회가 명실공히 지역 문화·예술의 발전의 견인차가 되길 바라고 있다.

    이참에 경남도의 역할에도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매년 수억원을 지원하는 것은 무척 고마운 일이지만, 지원에서 역할을 그치라는 것이다. 지원을 빌미로 운영에 필요 이상으로 간섭하는 것은, 문화·예술을 관치(官治)로 몰고갈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회원사들은 직·간접적 외부 영향이 걷히고 나면 메세나 사업의 질적 성장을 꾀할 계획이다. 지역 문화·예술의 아픔과 모자람을 잘 아는 전문화된 사무국을 구성해 지역 문화·예술의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경남의 메세나는 고민과 갈등, 또 어려움과 맞닥뜨린 모습이다. 하지만 이 또한 축적된 ‘문화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흐뭇하다.

    이문재 문화체육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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