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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Keep on running → Step by step- 정오복(문화체육부장)

  • 기사입력 : 2014-04-2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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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60~70년대 청춘을 대표하는 팝 가수로 톰 존스(Tom Jones)가 있었다. 그의 노래는 조영남이 주로 번안해 불렀는데, ‘Delilah’, ‘Green Green Grass of Home’과 함께 ‘Keep on running’ 등이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Keep on~’은 간결한 가사와 경쾌한 리듬으로 당시 고고장의 젊은이들을 뜨겁게 달궜다.

    그런데 이 곡이 나에겐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가장 좋아했던 팝송으로 한동안 왜곡해 기억되고 있었다. 고속 성장을 주창했던 박 전 대통령으로선 ‘걷지 말고 뛰어라!’로 의역된 노래 제목이 시대정신에 딱 맞다며 가장 좋아했다는 것이다. 대학생이었던 형 친구가 비아냥대며 난센스 퀴즈로 냈던 것 같은데, 중학생이었던 나에겐 마치 사실인 양 각인됐던 모양이다.

    #.부와 지식, 쾌락을 얻기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판 파우스트, 속도와 효율, 성장만을 얻기 위해 한(韓)정신문화를 미개한 것이라 내다버린 대한민국. 그래서 우리는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란 성과를 얻는 대신 소중한 가치들을 무참히 희생시켰다. 또한 ‘역동적’이란 미명 속에 숨겨진 ‘불안정성’에도 애써 무관심했다.

    그 결과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와 함께 경주 리조트 체육관 붕괴, 세월호 침몰 등으로 참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압축성장의 폐해에 대한 경고에도 속도전으로 몰아붙인 우리 사회에 대한 보복이요, 소중한 목숨을 대가로 치르는 필연으로 귀착되고 있다. 또한 <트러스트 Trust> 저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압축성장한 한국은 사회적 신뢰가 낮다. 신뢰가 낮은 국가는 (사회적, 경제적) 비용이 많이 든다”는 지난 1995년 지적이 다시금 냉엄한 경고가 되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둔다며 종전 행정안전부에서 ‘안전’을 앞세워 ‘안전행정부’로 개명하고, 직제 개편까지 했다. 그러나 선임인 1차관이 여전히 ‘행정’ 부문을 맡도록 하고, 2차관이 ‘안전’을 담당토록 후임으로 배치했다.

    또 안행부 본부 직원 중 안전관리본부 근무자는 10분의 1밖에 안 되고, 안전 분야에 배정된 예산도 지방교부금을 제외한 실질 예산의 4%에 불과할 정도로 이전 정부에 비해 별 나아진 게 없다고 한다. 더욱이 장관은 물론 2차관, 안전관리본부장 모두 안전 관련업무 경력이 전무한 일반행정 전문가들로 구성했다.

    이렇다 보니 안행부 관료들이 “세종시로 내려가지 않기 위해 부서명에 ‘안전’을 앞세운 후, 안보도 담당한다는 이유로 서울에 남기를 고집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뒷북행정이라도 했더라면 세월호의 비극은 결코 오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지난 30여년 얼마나 비싼 수업료를 지불해 왔나. 특히 IMF 외환 위기 후 ‘한탕주의·일확천금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한걸음씩(Step by step)이다’라는 데 모두 동감하지 않았던가.

    이제라도 대한민국 경제규모에 자위하지 않고, 안전 후진국임을 자인해야 한다. 성과 강박증에서 벗어나 다소 늦더라도, 비록 효율성이 떨어지더라도 기본과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

    ‘解弦更張(해현경장, 거문고의 줄을 바꾸어 맨다)’, 어려울 때일수록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고 기본으로 돌아가 원칙에 충실하자는 선현의 가르침을 되새겨야 하겠다.

    정오복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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