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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5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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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행복한 가정은 준비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다- 류성기(진주교대 국어교육과 교수)

  • 기사입력 : 2014-04-2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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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일에는 준비가 필요하다. 지난 동계 올림픽에서 김연아도 발등이 갈라지도록 준비를 하여 은메달을 땄고, 이상화도 하지정맥류가 허벅지까지 올라오고, 무릎에 물이 고이도록 열심히 준비해 금메달을 땄다. 얼마 전 체조 월드컵에서 4관왕을 차지한 손연재도 하루 10시간 이상 준비한 결과였다. 준비한 자가 영광을 누린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로 중요한 일임에도 준비하지 않은 일들이 있다. 부부가 되기 위해서, 부모가 되기 위해서, 학부모가 되기 위해서 준비를 하지 않는다. 우리의 삶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대부분 준비하지 않고 결혼하고, 부모가 되며, 학부모가 된다. 그래서 부부간에 이혼하는 경우가 많고, 자식과 갈등의 골이 깊어져 자녀들이 학교에 갔다 오면 제 방으로 들어가 나오질 않는다.

    과연 우리는 결혼 전에 부부가 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가? 혼수감, 예물 등만 준비하지는 않았는가? 부모가 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가? 아기 옷이나 장난감만 사지는 않았는가? 좋은 학부모가 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가? 가방이나 교복만 사지는 않았는가?

    나는 31세에 결혼을 했다. 그런데 결혼생활에 대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 한 여자의 남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남편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과거 아버지가 하듯이 아내 앞에서 큰소리치고, 가부장적 자세로 군림했다. 기가 죽어 살던 아내는 최근에야 내가 남자로서, 남편으로서 매너가 없어 싫다고 한다.

    나는 결혼 후 세 딸의 아버지가 됐다. 아버지로서 엄하게 키워야 예절 바르고, 탈선하지 않는 딸들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혼도 내고, 매도 들었다. 아이들이 자라 학교에 들어갔을 때에는 과거에 우리의 부모님들이 하듯이 ‘모든 것 선생님께 맡깁니다’라는 자세로 학교에 맡기기만 했고, 또 학원에 보내 선수학습이나 예능 교육을 시켰다. 요즈음 철이 들어서 생각하면 아내, 아이들에게 매우 미안하다.

    부부되기, 부모되기, 학부모되기는 무심코 넘겨서는 안 될 중요한 일들이다. 결혼 전에는 부부란 무엇인가, 남자와 여자란 무엇인가, 부부간의 갈등은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 등에 대해 배워야 한다. 아기를 갖게 되면 부모가 되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어떻게 부모로서 살아가야 하는가, 자녀와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하는가, 자녀들의 심리는 어떠한가, 내 아이를 어떻게 있는 그대로 사랑해야 하는가 등등 수많은 것들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유대인들은 자녀를 잉태하면 12개월 동안 부모가 되는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과거 로마제국이 무너지게 된 원인 중에 하나가 엄마들이 자녀들을 하인이나 다른 사람에게 맡겨 키웠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아이들이 자라 학교에 갈 때가 되면 학교생활은 어떻게 점검해야 할 것인가, 학습지도는 어떻게 준비시켜야 하는가, 자녀의 장점은 어떻게 찾아 지도해야 하는가, 진로는 어떻게 찾도록 해야 하는가 등 수많은 것을 배워 준비를 해야 한다.

    이런 준비는 개인적 차원뿐만 아니라 국가적 차원,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제도적으로 준비해 운영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나 요즈음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이러한 문제를 지적한 후보들을 본 적이 없다. 모두가 무관심이다. 그리하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국가 중 이혼율 1위, 자살률 1위, 행복지수 27위이다. 세월호 사건에서 보듯이 선장(지도자)이 잘못하면 죽음을 부른다.

    이제 개인적, 지방자치단체적, 국가적 차원에서 부부되기, 부모되기, 학부모되기 준비로 이혼, 자살은 없애고, 높은 행복지수의 항해를 해야 할 것이다. 행복은 준비한 자에게만 온다.

    류성기 진주교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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