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7일 (화)
전체메뉴

[기고] 변칙주의와 안전불감증이 남긴 교훈은- 최해범(도립거창대학 총장)

  • 기사입력 : 2014-05-12 11:00:00
  •   



  •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사회 전반에 감지되는 변화는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안, 그리고 국가 정책방향을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날 남영호에서부터 서해 훼리호 사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 등 대형참사의 악몽을 되살리는 동시에 우리 사회에 강한 경고성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정부의 위기대응 능력이 있기나 한지, 재난사고 대응시스템이 존재나 하는지, 예견했던 것처럼 공직자들의 무사안일과 무능을 이대로 둘 것인지, 심지어 작금 우리의 언론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지 등등 주변의 적폐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세월호의 선장이나 선원들의 무책임한 처사나 일부 공무원들의 분별력 없는 허언 같은 것도 결국 우리 주변에 퍼져 있는 변칙주의나 이기주의, 그리고 공적개념의 결여에서 비롯됐고, 그것이 이번의 참사를 불러왔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에 천박한 기업윤리도 큰 문제로 지적됐다. 기업이익을 위해서라면 20년이 넘는 배를 개조해서 사용해도 된다는 발상을 어떻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정부의 위기관리 시스템이 형식적으로는 있었으나 실효성이 별로 없었다. 하는 척하는 수준이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있었고, 그 소집은 빨랐지만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허둥대기 일쑤였다. 더구나 다양한 정부기관들이 책임을 피하려는 옹졸한 자세를 국민들에게 많이 보여줬다. 오히려 거꾸로 국민들이 정부를 걱정하고, 심지어 국가에 의해 자신들의 삶이 침해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지경이 됐다.

    인터넷 매체를 통한 허위사실 유포며 댓글공방 등도 골칫거리였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불안하고 불신덩어리라는 증거이긴 하나, 도를 넘어섰다고 본다. 그 작성자들의 이념과 도덕적 가치도 비난의 대상에 앞서 이 사회 구석구석에 만연해 있는 비정상적인 사회현상의 결과물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어떤 사안을 두고 과장되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무차별적으로 띄워 민심을 흉흉하게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큰 공적(公敵)임은 틀림없다. 제도적으로 허위정보를 가려내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다.

    그렇다고 여기서 우리는 주저앉을 수는 없다. 이 엄청난 참사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교훈을 얻어야 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정신적 재무장을 해나가야 하겠다. 우선 우리 사회에 내재해 있는 위험요소를 낱낱이 발굴해서 개선해 나가야 하겠다.

    정치, 언론계는 물론, 교육계 등도 철저한 반성과 변화가 필요하다. 정쟁보다는 국익을 위한 정치가 돼야 하겠고, 공익과 정확성, 그리고 사회지표 제시에 초점을 맞춘 언론상을 정립해 나갔으면 한다. 상대평가를 위한 일률적인 잣대를 중시하는 교육정책보다는 다양성을 지향하는 교육이어야 하겠다. 세월호 침몰이 우리 사회가 뼈저린 반성을 통해 다시 한 번 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 전기가 됐으면 한다.

    최해범 도립거창대학 총장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