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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건축가 김석철 ‘도시 그리기’ 50년

■ 도시를 그리는 건축가(김석철의 건축 50년 도시 50년)

  • 기사입력 : 2014-05-1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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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69년 여의도 마스터플랜 모형


    예술의 전당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모형


    중국 취푸 신도시 조감도



    ‘하나의 나라, 하나의 대지를 가슴에 품어야 하는 들짐승이다.’

    고은 시인은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도시설계가인 김석철(명지대 석좌교수·아키반건축도시연구원장)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세계적 도시설계가라는 명성을 안겨준 쿠웨이트 자흐라 신도시, 스스로 대표작으로 꼽는 중국 취푸 신도시에 이르기까지 김석철은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로 자리매김해왔다. 한국 건축계의 양대 산맥이라 불리는 김중업과 김수근의 문하에서 수학한 유일한 건축가로도 주목받고 있다.

    그는 논쟁적인 건축가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책은 언론인 출신 변호사인 오효림씨가 지난 2011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4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총 30여회 진행된 인터뷰를 기반으로 한다. 한 사람의 건축가가 70여년 인생 동안 축적해온 방대한 독서량과, 국적을 넘나든 학문교류를 통해 어떻게 코즈모폴리턴의 한 전형으로 성장해갔고, 전 세계가 주목하는 여러 건축물과 도시계획을 내놓을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1부 ‘푸른 태양’은 김석철의 예술적 감각을 키워낸 소년 시절의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을 담았다. 그의 건축인생의 주요 모티프가 된 ‘푸른 태양’을 만난 것은 밀양 조부 댁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 부산으로 이사한 뒤였다. 친구들과 함께 찾은 부산 다대포 앞바다에서 그는 ‘온통 푸른 하늘과 바다 그리고 고철더미 같은 배 위에 이글거리는 푸른 태양을 만났다’고 회고한다.

    2부 ‘순수의 시대’는 건축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청년기의 고백을 담았고, 3부 ‘광장에 서다’에서는 그가 꿈꿔온 ‘단순한 건물들의 조합이 아닌 문화예술적 도시공간’으로서의 도시설계가 어떻게 구현 가능한지를 그의 대표작들을 통해 보여준다.

    4부 ‘암과 앎 사이’는 1992년 까다롭다는 이탈리아의 건축허가를 따내고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을 세울 수 있었는지를 흥미로운 스토리로 담아냈다. 또 세계적 건축가들과 함께 작업하며 취푸 신도시 계획 등 걸출한 작품을 선보이던 그가 갑자기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맞딱뜨리는 아픈 기억도 가감 없이 소개한다.

    책에 소개된 대담에서는 비단 한 개인의 일대기뿐 아니라 한국 현대사에 관한 또다른 관점을 만날 수 있다.

    그동안 우리가 접해온 사회과학적 해석은 한국사회가 처한 모순의 근본적인 원인을 탐구하는 데에 오롯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오래된 틀을 깨는 듯한, 다소 명랑하게 읽히기도 하는 이 70대의 현직 도시설계가의 입담은 우리의 편견을 깨뜨리며 한반도의 공간에 관한 새로운 상상으로 우리를 안내해준다.

    김석철과 또 그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오효림의 대화에 차례로 귀를 기울이는 동안 우리는 지난 50여 년간 한국이 걸어온 발자취를 새로운 시각으로 살펴볼 수 있다.

    평론가들은 김석철 자신이 직접 그린 설계도면들뿐 아니라 그와 어울리는 세계의 역사·사회·문화 등에 관한 생생한 해설들은 건축과 인문이 만난 통섭의 본보기로 손꼽힐 만하다고 평한다.

    김석철-오효림 대담, 창비 간, 2만3000원

    정오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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