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5일 (일)
전체메뉴

[경남시론] 이제는 실천할 때이다- 신재국(인제대 의과대학 교수)

  • 기사입력 : 2014-05-21 11:00:00
  •   


  • 필자는 지난주 중국에서 있었던 학회의 아시아미팅에 참석했다. 국외의 친분이 있는 학자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위로의 인사를 건네왔다. 이 학회는 3년 단위로는 세계학회가 열리는데 2016년 아시아에서는 일본 다음으로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이의 유치가 국가 위상을 높이고 해당 분야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고 이를 추진해 오고 있는 필자로서는 그 위로의 인사가 오히려 불편함과 부끄러움으로 피어 올랐다.

    세월호 참사는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사건이고 또한 대한민국 전체가 자괴감을 느끼는 비극적 사건이다. 사회 전체가 이 크나큰 참사 앞에, 실망과 불안에 찬 걸러지지 않은 비난의 말들이 온통 우리 사회를 뒤덮은 것 같다. 이로 인해 초기 대응에 시간과 전문성을 바쳐야 할 전문가와 현장 담당자 및 담당공무원들이 갈피조차 잡지 못하는 상황 앞에서, 너무도 많은 비판과 비난이 두려움마저 야기시키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본다.

    세상 모든 일들이 그렇듯이 대다수의 사람들은 잘못된 객관적 오류를 비판하고 비난하는 것을 쉽게 생각한다. 특히 각 분야의 전문성이 다르고,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이 다르며, 아울러 가지고 있는 철학과 정치적 이념이 다른 상황에서 잘못된 것들에 대한 비판을 하고자 하면, 그 비판과 비난은 끝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이러한 탁상공론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우리가 간과했던 사회 구조적 문제들이 빈번한 대참사로 다시 반복해서 발생하는 것은, 구체적인 실천 전략과 이의 실행을 통한 사회 전반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해 나가는 시스템이 부족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신약 개발 및 신의료기술 개발 등에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해 시행하는 임상시험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라는 점에서 아주 윤리적이고 과학적인 진행을 요구한다. 의뢰사가 임상시험이 계획서대로 윤리적, 과학적 절차에 따라 잘 진행되고 있는지를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의뢰사의 또 다른 제3의 그룹이 다시 이들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포함한 전체 과정을 재점검하고, 마지막으로 다시 국가규제기관인 식약처의 실태조사가 이뤄지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임상시험의 수행에 대한 허가 및 피험자보호 등과 관련해서 기관내 임상시험윤리심사위원회(IRB)의 심사와 지속적인 감시, 그리고 피험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장치가 다양하게 상호 확인하는 절차로 이뤄져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과정은 절차와 순서가 사전에 명시돼 있어서 모든 참여자가 동일하게 이해하고 액션을 취할 수 있도록 하며, 모든 행위는 반드시 문서로 남겨서, 절차와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이는 해당 기관의 구성원이 바뀌더라도 정해진 절차와 순서에 따라 변함 없이 시대적 상황을 반영해 지속적인 수정 과정과 다수의 질관리 절차를 거쳐서 최상의 임상시험이 수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인명과 관련되는 안전에 관한 사회적 문제 해결 방안도 이러한 절차와 순서, 그리고 지속적인 질관리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는 국가와 사회지도자들은 물론 모든 국민이 함께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개진해 확보된 절차와 순서에 따라 이를 실천해 나가야 할 때이다. 무엇보다 남을 탓하고 책임을 지우기 이전에, 모두가 실천할 수밖에 없도록 철저하게 만들어지는 사회 시스템의 구체적인 개발과 실천이 지속적으로 확보돼야 할 것이다.

    신재국 인제대 의과대학 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