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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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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호 "배우로서 이런 역할 다시 만날 수 있을까"

  • 기사입력 : 2014-06-01 10: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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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로서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한들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싶어요. 그만큼 좋은 대본이었고 살아있는 캐릭터였습니다. 그런 대본이 있었기에 연기자로서 제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몽주' 임호(45)는 이렇게 말하며 쑥스럽게 웃었다.

    처음부터 너무나 하고 싶었기에 먼저 출연 제의를 했던 역할이었지만 막상 캐스팅이 되자 부담감이 엄습했다. 과연 잘 그려낼 수 있을까 고민이 컸다. 연기에 대한 반응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밤잠을 설친 고민은 연기에 고스란히 녹아들었고 시청자는 뜨겁게 반응했다. '이인임'이 떠나 허했던 자리는 이내 정몽주의 절절한 충심으로 채워졌다.

    KBS 1TV 대하사극 '정도전'이 '박영규의 이인임'에 이어 '임호의 정몽주'라는 '스타'를 탄생시키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4일 방송에서 정몽주가 선죽교 위에서 장렬한 최후를 맞은 뒤 인터넷에서는 연일 '임호의 정몽주'가 화제를 모았다. 고려 충신 정몽주의 절개와 진심, 대의를 지키는 선비의 기개가 조명되는 동시에 그런 정몽주를 연기한 임호의 연기력에 찬사가 쏟아졌다. '정도전'에서 퇴장한 지 엿새 만에 그를 인터뷰했다.

    "여한 없이 연기하긴 했지만 막상 죽으니까 좋지는 않네요.(웃음) 정현민 작가가 정몽주라는 인물을 너무 잘 그려줬고 유동근, 조재현 등 좋은 선배들과 이제는 더 이상 한 앵글 안에서 연기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아쉬워요."

    실제로 이인임이 뜰 수 있었던 것도, 정몽주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질 수 있었던 것도 이성계 역의 유동근, 정도전 역의 조재현, 이방원 역의 안재모 등 쟁쟁한 연기자들이 튼튼하게 자신의 몫을 해냈기 때문.

    임호는 "그냥 가슴과 가슴으로 부딪혀서 연기를 했던 것 같다"며 "유동근, 조재현 선배가 배우가 아닌 이성계와 정도전 그 자체였기 때문에 (내가 연기한) 정몽주도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고수들끼리 물러서지 않는 연기의 대결이 펼쳐졌다는 것. 굳이 그의 입을 빌리지 않아도 시청자들은 작품에서 생생히 목격했다.

    "서로 너무 좋은 선후배 관계지만 슛 들어가기 전에는 스태프가 눈치를 볼 정도로 우리 사이에 조금도 건드리지 못할 만큼의 긴장감이 조성됐어요. 연기의 멋을 부린다거나 장난을 친다거나 하는 부분이 전혀 없이 서로 진심으로 그 인물이 돼서 연기를 펼친 거죠."

    물론 그런 연기의 합(合)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지만 임호가 표현해 낸 정몽주는 눈빛, 목소리, 태도 등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진정성을 발현하는 인물이었다. 인간적으로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했지만 고려를 지키는 데 뜻을 달리한 이성계·정도전과 눈물을 머금고 맞서는 모습은 마음의 허기를 채워줬다.

    임호는 "모든 장면이 의미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정도전에게 참형을 예고하면서 마지막으로 함께 술잔을 기울였던 장면, 이성계와의 마지막 담판 장면 등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정도전과의 마지막 술자리는 드라마 초반 정몽주가 정도전과 뜻을 함께 나눴던 바로 그 장소였기 때문에 두 장면이 교차하면서 감정이 무척 복잡했습니다. 또 이성계와의 마지막 담판에서는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썼습니다. 이성계와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 아프지만 아프지 않은 척을 해야 했던 거죠. 정몽주는 이성계·정도전의 뜻도 이해하지만 그들의 역성혁명을 도울 수는 없었던 겁니다."

    '정도전' 전까지 임호에게는 '왕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장희빈'의 숙종, '대장금'의 중종', '대왕의 길'의 사도세자를 연기했고 '허준', '대조영', '광개토대왕', '한명회' 등에 출연한 그는 '사극' 하면 떠올리게 되는 배우 중 하나다.

    "그간 왕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 정몽주가 그런 왕의 이미지를 덮어버린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저를 이제는 정몽주로 보기 시작한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고 있거든요.(웃음)"

    사극의 대가인 드라마 작가 임충의 아들인 임호는 "어린시절부터 아버지의 작품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사극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면서 "사극의 맛을 아니까 연기하는 재미가 크다"고 말했다.

    임호는 "이번에 정몽주로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다"면서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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