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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中企 적합업종’ 존폐론 유감- 이상목(경제부 부장)

  • 기사입력 : 2014-06-1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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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1년 이명박 정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 발전을 도모한다는 이유로 전(前) 정부에서 폐지했던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부활했다. ‘강자’인 대기업이 잉여를 좇아 골목상권 등에 무차별 진출을 함에 따라 ‘약자’인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잃고 유린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일종의 ‘중소기업 보호막’이었던 셈이다.

    앞서 유사한 제도로 ‘중기 고유업종’이 있었다. 1979년 도입됐는데 대·중소기업이 합리적인 업종분담을 통해 상생시스템을 만들어 가도록 한 것이었다. 사실상 지금의 중기 적합업종 제도와 같았다. 하지만 노무현정부 때 이를 폐지했다. 득보다 실이 크다는 판단에서였다. 그 논거로 우수 중소기업이 중견기업·대기업으로 성장하려하기보다 온실 속에서 특혜만 누리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장하더라도 여러 개의 회사로 쪼개 중소기업으로 남으려는 나쁜 습관만 키운다는 것이다. 또 보호막 속에서 기술·품질 경쟁을 소홀히 해 기술력이 점차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면서 기조가 바뀌었다. 승자 독식의 경제구조를 개선하고 국민경제의 균형발전을 기하기 위해 이름을 바꿔 제도를 부활시켰다. 그리고 2011년부터 두부, 고추장 등 82개 품목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3년간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 등을 차단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중기 적합업종 일몰시한이 도래하면서 경제계가 대기업-중소상공계로 나뉘어 제도의 존폐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주 이와 관련된 공청회를 갖고 3년 일몰시한이 도래한 82개 품목에 대해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지정 해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에 대기업 쪽에서는 다소 불만을 나타내면서도 환영하는 모습이지만 중소상공계에서는 극력 반발하는 기류가 거세다. 대기업은 특정 품목에서 성공한 기업에 대해 판매제한이나 시장 퇴거를 요구하는 반시장적 규제로 이를 일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무수한 중소기업을 경쟁사각지대에서 허약한 기업으로 만드는 제도를 당장 없애야 하고, 노무현 정부가 폐지의 당위로 삼았던 논리를 주목하라고 주장한다. 반면, 중소상공계는 동반성장위원회가 대기업에 의한 힘의 논리에 넘어갔다고 비판한다. 중소기업의 피해상황을 가리기 위해 대기업들이 거짓 주장과 왜곡된 내용을 지속적으로 확산시킨다는 것이다. 이번 가이드라인 마련에 자신들이 주장한 핵심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것도 대기업계의 방해로 간주하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이런 극단의 대치 속에 오는 9월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지정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 고민이 많을 것이다. 어떤 사물과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어떤 관점에서 보고, 어떤 점에 더 관심을 갖고 보느냐에 따라 모두 달리 보이기 때문이다. 중기 적합업종 존폐론도 예외가 아니다. 결국 보호냐 경쟁이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어쨌거나 아직까지는 대기업이 영위하기에 부적합 업종은 여전히 중기 영역으로 보호하는 것이 상도의적으로 옳다고 본다. 다만 중소기업들도 이참에 정부의 보호막에만 기대려는 안이한 기업정신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보호막 속에서 성장의 결실을 얻었다면 중견기업·대기업으로 과감하게 올라서는 데 주저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강자만이 살아남는 정글경쟁시대이기 때문이다.

    이상목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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