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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382) 제6화 인형의 집 42

“이런 일 하고 있어”

  • 기사입력 : 2014-07-1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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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의 음식점들이 문을 닫았기 때문에 호프집으로 들어갔다.

    “어떻게 지내? 대충 이야기는 들었지만.”

    유명희가 장대한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그녀는 여전히 활기차 넘쳐 보였다. 옷차림은 하늘색 투피스에 흰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몸매는 알맞게 균형이 잡혀 있었다.

    “그냥 저냥….”

    “신문사 그만두고 사업을 한다면서?”

    “응. 신문사가 부도가 나서 한동안 고생했어. 이제 겨우 사업을 시작했어.”

    “칼국수사업은 성공했다고 그러더라.”

    “그런 셈이지. 너는 어떻게 지내?”

    장대한은 맥주와 안주를 주문하고 유명희를 응시했다. 밝은 불빛에서 보자 유명희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이런 일 하고 있어.”

    유명희가 장대한에게 명함을 내밀었다. 장대한이 명함을 살피자 K시 시정자문위원, K시 여성위원장, K시 녹색혁명 자문위원 등 직책이 여러 개였다.

    “정치하는 거야?”

    “응. 이번에 국회의원에 출마하게 될 거야. 김영길 선배 알지? 그 선배가 국회의원으로 있잖아? 그 선배가 공천을 주기로 했어.”

    “그래?”

    장대한은 유명희가 아직도 김영길과 만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정치 지망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실망했다. 그녀는 이미 K시에서 오랫동안 터를 닦아온 것이 분명했다. 그때 맥주와 안주가 나왔다. 장대한은 유명희와 잔을 부딪치고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결혼은?”

    유명희가 생긋 웃었다. 유명희는 대학생 시절의 날카로움이 사라지고 부드러워져 있었다.

    “혼자 살아. 너는 이혼했다면서?”

    장대한은 유명희가 혼자 사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이런 소문은 빠르게 퍼지는지 몰라.”

    “호호. 구속받지 않아서 좋지 뭘 그래? 좀 외롭겠다.”

    “외롭지는 않아. 여자들이 많아서.”

    “그래?”

    유명희는 뜻밖이라는 듯이 놀란 표정이었다.

    “이혼하고 나니까 혼자 사는 여자들이 꽤 많더라고.”

    “그래서 여자 친구가 많은 거야?”

    “세상을 즐겁게 살기로 했어.”

    장대한은 웃으면서 술을 마셨다. 이혼을 해서 좋은 것은 자유롭게 여자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넌 왜 결혼 안하는 거야?”

    “난 정치를 할 생각이야.”

    유명희가 정색을 하고 대답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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