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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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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던 지중해, 담담하게 거닐다

19세기 지중해의 풍경 리처드 하딩 데이비스 저, 최자영·최혜영·임병필 역, 안티쿠스 간, 1만5000원.
지중해의 문화와 역사
생동감 있게 그려낸

  • 기사입력 : 2014-08-0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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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중해의 입구인 스페인 지브롤터 앞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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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집트의 스핑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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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아테네의 고대 극장 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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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정신과 문화의 근간을 꼽으라면 그리스를 든다. 기원전에 민주주의를 실현했고, 철학의 모태가 됐으며, 예술의 근원이 그리스에서 영향을 받은 때문이다. 로마가 번창하던 시기에도 지식의 대부분은 그리스인들이 담당했을 정도다. 이후 로마로 권력의 이동이 시작되고 한동안 로마제국이 유럽을 지배한다. 유럽여행을 하려면 로마를 가장 늦게 하라는 말이 있듯이 로마를 보면 현재 유럽의 문화는 로마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된다. 대륙 개척기인 16~18세기에도 무적함대로 대변되는 스페인과 많은 탐험가를 배출한 포르투갈이 대서양을 무대로 세계를 제패했다. 적어도 영국이 패권을 잡기 이전에는 지중해 연안국들의 독무대였다. 그러던 지중해 연안국가들이 19세기에는 영국 등 새로운 강대국의 등장으로 지배를 받게 된다.

    이 책의 원제 ‘지중해의 지배자들’에서 알 수 있듯이 지중해의 패권을 둘러싼 열강들의 다툼은 치열했다. 그 치열했던 현장을 문화와 근대 역사를 함께 생동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 정확하게는 역사서가 아니라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인문학적 여행 안내서다.

    저자 리처드 하딩 데이비스의 이력 또한 특이하다. 기자, 소설가, 희곡작가로 활동했고, 테오도르 루스벨트 대통령의 정치 고문으로도 활동했다. 저자가 생존했던 19세기 말 지중해의 정치적 상황뿐 아니라 미세한 민중의 생활감정까지도 그대로 전한다. 지중해의 각 지역이 갖는 역사적 전통을 19세기 지중해의 무자비한 정치 현실에 섞어 풀어냄으로써, 인간사의 영욕을 한눈에 조망한다.

    저자는 단순한 르포식 기록을 넘어 제국주의적 침략이 빚어내는 냉혹한 약육강식의 현실에 대해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서 약간은 냉소적으로 담담하고도 여유 있게 서술해간다. 치열한 현실을 한 폭의 그림을 펼치듯 그려냈다.

    대서양에서 지중해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지브롤터 바위를 두고 강대국들은 120년 동안 싸웠다. 13번의 포위 공격이 이뤄졌고, 6000명의 영국 군인들이 본국의 도움 없이 스페인과 프랑스의 집중 공격에서 4년 동안 버텼던 곳이기도 하다. 저자는 열강들의 약육강식 전장이 되어버린 지브롤터를 담담하고도 낭만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밖에도 고대와 중세 인류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집트의 카이로, 그리스의 아테네, 터키의 콘스탄티노플에 대해 그만의 독특한 필치로 그려가고 있다.

    저자는 지중해 여행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아직 지중해를 찾아온 적이 없지만 그럴 계획을 가진 독자들에게 두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 여행은 고생이라는 생각에서 주저앉지 말라는 것이다. 지브롤터에서 아프리카 북부 연안을 온통 지나서 그리스와 이탈리아로 큰 어려움 없이 아주 편안하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적은 시간과 적은 돈으로 휴가를 보내려 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권하고 싶은 것은 지브롤터로 가서 스페인과 모로코로 들어가라는 것이다. 이곳이 아마도 세 개의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 공존하는 유일한 장소로서, 무어인, 영국 군인, 스페인인(사람) 등 생생한 세 개 민족을 두 시간 안에 함께 볼 수 있다.” 김용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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