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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행복한 세대- 민태식(내외법무법인 변호사)

  • 기사입력 : 2014-08-2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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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생각하기에 한국인 중에서 1962년부터 1972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이 역사상 가장 행복한 세대이다.

    일단 전쟁을 겪지 않았고 보릿고개 시대가 조금 지난 뒤 본격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던 때여서 끼니를 못 찾아 먹는 일이 많이 줄었고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졸업한 뒤 취업은 거의 다 했고 적당한 시기에 결혼도 했다. 1990년대 직장에서는 아직 중견의 위치에 가지 못해서 IMF 당시 구조조정의 직격탄은 피했다. 물론 현재도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앞뒤 세대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못한 것은 없고, 단적으로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가 가진 정도의 재산도 축적했다고 보이는데 뒷세대는 아직 젊어서 많이 부족한 상태이고 앞으로도 따라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1964년생인 내 개인적으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점은 고교시절 사교육비를 전혀 들이지 않고 시골 진해에서 1983년에 인(in)서울 했다는 것이다.

    5공 정권이 들어서서 본고사 (지금의 논술?)를 폐지하고 과외를 금지했기 때문에 다른 것은 할 수도 없었고 그저 학교와 집만 왔다갔다했고, 공립 고교여서 야간자율학습도 하지 않고 내신성적과 학력고사(그전에는 예비고사, 현재는 수능) 성적만으로 줄서서 대학교에 입학했다. 지금 학생들이 들으면 눈이 휘둥그레지겠지만 그때는 그랬다.

    우리 때의 대학입시 방법이 이상적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상황보다 나쁘지는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최소한 지금보다는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고 그래서 스트레스 덜 받았고 사교육비는 거의 들지 않았다.

    이 정도 이유만으로도 지금보다 나은 면이 있는 것 아닌가? 5공 전두환 정권이 쿠데타로 집권했지만 대학입시에 있어서는 오히려 내가 그 혜택을 받았다고도 할 수 있으니 웃지 못할 일이다. 5공 정권이 본고사 폐지, 과외금지 정책을 내세운 것은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 직전 70년대에 과외로 전국의 학부모가 등골이 휘는 고생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과격한 정책이긴 했지만 큰 반대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5~6년 지나더니 언론에서 본고사를 폐지하니까 고교생들의 영어, 수학 실력이 전보다 떨어졌다느니 한자를 모른다느니 작문이 형편없다느니 하는 말이 나오더니 기어코 논술고사를 추가하게 만들었다. 1986년에 시작한 논술은 처음에는 간단한 글짓기 수준이었고 점수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점차 소위 중요 대학에서는 글짓기 외에 수학 논술시험을 점수로 반영하게 되고 내신성적의 비중을 줄여버리니 학부모 입장에서는 과외를 시킬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변하고 과외가 성행하자 급기야 2000년 4월에 헌법재판소는 과외금지가 위헌이라는 역사적인(?) 결정을 하게 된다. 근데 과외금지가 위헌이라는 이유가 좀 어이없다는 생각이 든다. 과외선생에 대해서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학부모는 교육권을 침해받고, 학생은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이라는 행복추구권이 침해된단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적을 올리고 싶은 학생이 있을 수 있겠지만 10대 학생 중에 아침 7시 전에 일어나서 밤 12시까지 공부하고 싶은 학생이 몇 명이나 될까? 그렇게 시키고 싶은 부모도 없을 것이다.

    현재는 모두 뚜렷한 의식도 없이 남들이 다 하니까, 안 하면 뒤처질까봐 허겁지겁 몰려가는 쥐새끼 신세가 돼버렸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80년대에 대학교에 입학한 사람들이 고등학교 다닐 때 지금보다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전후 세대에 비해서 실력이 처진다는 증거는 없다. 바꿀 수 없다고 체념할 것도 아니다. 하루빨리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민태식 내외법무법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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