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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462) 제7화 굴뚝산업과 첨단산업 42

“선배 얼굴에서 빛이 난다”

  • 기사입력 : 2014-11-1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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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요환은 키가 작아 아담한 체격이었으나 가슴이 유난히 커보였다.

    “뭘 좋아하는데?”

    “한우 사줘. 전봇대로 이빨 좀 쑤셔 보게.”

    이요환이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남자처럼 커다란 웃음이다. 흰 블라우스 안의 그녀의 가슴이 출렁거렸다.

    “여전하구나. 일식은 어때?”

    “그럼 사케도 사줄래요?”

    “당근이지.”

    “와 선배 얼굴에서 빛이 난다.”

    “왜 이래? 천하의 이요환이….”

    장대한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 신문사에서 일할 때 부서가 달라서 자주 어울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쩌다가 회식 자리에 어울리면 유난히 크게 웃던 여자가 이요환이었다. 기자들이 목청이 크다고 하여 그녀의 별명을 기차 화통이라고 불렀다.

    “옛날 이요환은 다 죽었어요.”

    “나가자.”

    장대한은 커피숍을 나왔다. 빗줄기가 차갑게 흩날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색색의 우산을 쓰고 거리를 오갔다.

    “선배, 멍멍이 좋아하지?”

    “좋아하지.”

    “정동에 잘하는 집 있잖아? 해마다 여름에 자주 갔는데 아직도 하는지 모르겠네.”

    장대한은 택시를 타고 정동으로 갔다. 이요환이 원하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거리는 가을비 때문에 축축하게 젖고 있었다. 신문사에 있을 때 자주 가던 그 집은 여전히 성업 중에 있었다. 수육과 소주를 시켜서 주거니 받거니 마시기 시작했다. 이요환을 만나자 신문사에서 근무하던 시절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모처럼 술을 마셨더니 취기가 오르네.”

    이요환이 눈빛이 풀어져 창밖을 응시했다. 밖에서 흩날리는 빗줄기가 스산해 보였다. 가을비는 기이하게 사람을 쓸쓸하게 한다. 전골을 주문하여 한 병을 더 비웠다. 이요환은 그동안 글을 쓰면서 살았다고 했다.

    “신문사 그만두고 소설 썼어?”

    “윤문도 하고 소설도 쓰고… 닥치는 대로 썼어.”

    “어떤 소설을 썼는데?”

    “선배가 제목도 모르는 소설인데 어련하겠어? 재미없으니까 읽을 생각 하지 마.”

    “몇 년 동안 힘들었겠네. 그러게 이혼은 왜 해? 이혼하지 않았으면 회계사 신랑이 잘 먹여 살렸을 거 아니야?”

    장대한은 다시 그녀의 이혼을 생각했다. 이혼한 뒤에 재혼을 하거나 남자 친구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선배 그 인간도 잘 되지 않았어.”

    이요환의 얼굴이 굳어졌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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