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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2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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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악연과 인연- 김진호 문화체육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4-11-1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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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교에서는 삼천 년의 인연이 있어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우리의 만남은 삼천년의 생을 두고 우리 안에서 익어온 것이기에 지금 이 순간 우리의 만남은 너무나 소중한 것. 인연의 소중함을 알게 되면 꽃을 하나 꺾는 것은 나를 꺾는 것이고 누군가에게 대하는 불쾌한 행동은 나를 상해하는 행동이므로 무엇 하나 함부로 범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

    ▼남해 염불암 주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성전 스님은 자신의 저서 ‘삼천년의 생을 지나 당신과 내가 만났습니다’를 통해 우리의 삶은 인연으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전생에 수없이 많이 서로를 스치고 인연을 맺어 왔기 때문에 우리는 어디에서나 외롭지 않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성전 스님은 하지만 현실에 치여서 서로가 소중한 인연이라는 사실을 잊고 힘들어 한다며 서로를 미워하는 마음을 버리고 삼천년이라는 긴 생을 함께해온 서로를 더 사랑하라고 말한다.

    ▼기자는 별다른 제재 없이 노숙자에서부터 최고층 인사까지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또 취재할 수 있다. 하지만 환경감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기자로서는 사람들과 만날 때 선연(善緣), 즉 좋은 인연일 때도 많지만 나쁜 인연, 즉 악연(惡緣)으로 만날 때도 적지 않다. 기업인 등의 남의 공장 탈취 기도, 부동산 개발업자의 부동산 미등기 전매 의혹, 지자체의 CCTV 설치 예산 낭비 의혹을 보도하다 보면 당사자들과 고약한 인연이 된다. 일부는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는 물론 고소·고발까지 간다.

    ▼악연으로 만났지만 ‘사건’이 일단락되면 좋은 인연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악연의 당사자들은 최고의 후원자가 되기도 한다. 또 좋은 만남을 이어가기도 한다. 사람과의 인연이 악연 또는 선연이 될 수 있지만 나쁜 인연을 좋은 인연으로 바꾸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악연을 악연으로만 인식한다면 인연을 방기하는 것이다. 악연을 인연으로 만들어내는 사람이 진정 아름다운 인연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사람과 만나고 헤어진다. 당신은 새로운 인연을 만들 준비가 돼 있습니까? 

    김진호 문화체육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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